코로나19 관련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산 한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이 지난 23일 숨지기 전 밤새 포털사이트에서 ‘자살’ ‘뇌출혈’ ‘두통’ 등 단어를 검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산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간호직 공무원인 A씨(33)는 지난 22일 오후 8시 지친 모습으로 퇴근한 후 잠을 청하지 못하고 밤새 인터넷을 하며 시간 보냈다”며 “포털사이트에 11층 아파트, 뇌출혈, 두통, 최연소 7급 공무원 극단적 선택 등을 검색했다”고 26일 중앙일보에 전했다.
과다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되자 A씨는 포털에 ‘우울’ 관련 단어를 검색하고, 일을 그만두는 내용의 글도 수차례 찾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 ‘치매’ 등 신체적 증상은 물론 ‘정신과’ ‘우울증’ 등 단어를 찾아보기도 했다. 또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을 여러 번 살펴보기도 했다.
A씨 유가족은 “고인이 해당 병원 담당자라는 이유로 코호트 병원 담당을 맡는 과정에서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했다”며 “업무 가중으로 인한 급성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의 한 병원을 맡게 됐다. A씨는 코호트 병원 담당 순번이 아니었는데 상관의 지시에 따라 일을 맡았다는 게 유가족의 주장이다.
A씨는 코호트 격리 병원을 담당한 지 사흘째인 지난 20일 “일이 너무 많고 힘들다”며 업무 분장을 요구했다. 이에 보건소 측은 시간제 공무원 직원 2명을 배치했지만 A씨는 계속 격무를 호소했다고 한다. A씨는 토요일인 지난 22일에도 출근을 주저하다 결국 집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2일 동료 2명, 간부 등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 “(코호트 격리된) 병원을 다녀와서 넘 마음에 부담이 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코호트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는 멈추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다” 등의 토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공무원노조는 오는 6월 1일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A씨의 사망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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