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의 양말에 묻은 흙이 강가에서 10m 떨어진 강바닥 지점의 흙과 유사하다는 경찰 발표에 “의미가 없다”고 토로하며 한 토질 전문가가 분석한 의견을 공개했다.
손씨는 27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경찰이 발표한 토양과 양말 관련해서 토질 전문가께서 비분강개하며 연락을 주셨다”며 한 토질 전문가의 의견을 전해 옮겼다.
이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하상의 자연 퇴적층은 주변 흙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상류에서 내려온 흙이 골고루 가라앉아 퇴적하기 때문이다. 강가에서 10m 내외 떨어진 곳에서 나온 흙이 주변 흙과 비교해 독특한 토성을 갖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해당 토질 전문가는 “양말에 흙물을 들일 토사 성분은 최소 실트·모래굵기 이하의 입자인 점성토나 유기토가 돼야 한다”며 “강변 근처 불과 몇m 이내도 강 안쪽과 토양 성분이 비슷한 점성토 등의 성분이 충분히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경찰 발표에서 언급된 토양의 ‘표준오차’ 기준이 궁금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전문가는 “만일 정말로 10m 이내의 흙은 나오지 않고, 딱 10m 부분의 퇴적토만 나왔다면 정민이는 공중으로 날아간 건가요”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어 바닷가에서 갯벌 입구부터 20m 정도 걸어 들어간 상황을 가정하며 “20m 안쪽 갯벌도 위치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양말에 묻은 흙을 가지고 어느 위치에서 묻은 흙인지 확인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손씨는 이 같은 토질 전문가 의견을 전하면서 “결국 아무 의미 없는 (경찰) 발표라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5일 정민씨 양말에 묻은 토양이 강가에서 10m 정도 떨어진 토양과 유사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양말에 묻은 토양은 강가에서 10m 정도 떨어진 인근 토양과 입자의 편광(빛의 굴절) 형상이 유사하고 알루미늄, 규소 등 원소 조성비가 표준편차 범위 내에서 유사하다는 감정 결과를 회신받았다”고 말했다. 양말에 묻은 흙이 반포한강공원 인근 잔디밭 또는 육지, 강가의 흙이 아니라는 취지의 분석이 나온 것이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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