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방미…미국산 백신, ‘북한 지원’ 카드 논의하나

입력 2021-05-27 05:08 수정 2021-05-27 09:46
박지원 국정원장, 미국 도착…일정은 알려지지 않아
외교소식통 “미국산 백신, 북한 지원 논의 가능성”
대북제재 완화는 불가능…백신 매개로 북한 유인
바이든, 8천만회 지원 밝혀…북한 포함될지 주목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6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케네디국제공항(JFK)에 도착,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6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해 미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박 원장은 이번 방미는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뤄져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원장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미국 정보당국자들을 만나 북한의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박 원장은 대북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 정보 당국자들과 북한 해법을 둘러싼 모든 ‘경우의 수’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북한이 원하는 대북 제재 완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현 시점에서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코로나19 백신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산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깜짝 카드를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지원 아이디어와 관련해 예상되는 북한 반응을 박 원장이 미국 측에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주민들이 백신 접종을 제대로 받았는지 모니터링을 하는 것으로 전제로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고, 인도적인 지원을 하는 데 열려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지난 11일 보도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뉴욕 케네디국제공항(JFK)에 도착했다. 박 원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대기하던 승용차에 올라 공항을 빠져나갔다.

박 원장의 구체적인 방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박 원장이 미국 수도 워싱턴이 아닌 뉴욕을 먼저 찾은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뉴욕에는 주유엔 북한대표부가 있다.

이에 따라 박 원장이 뉴욕에서 북한 측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 측과 접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그러나 박 원장이 먼저 뉴욕을 방문한 것이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끊이질 않고 있다.

박 원장은 뉴욕 일정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이동해 카운터파트너인 번스 CIA 국장을 비롯한 미국 정보 당국자들을 만나 북한 관련 정보들을 논의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판단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이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임명 사실이 깜짝 발표된 성 김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회동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박 원장은 북한을 북·미 협상 무대로 이끌기 위한 방안을 미국 측과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원장이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 방안에 대해 미국 정보 당국자들과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이자·모더나 등 미국 코로나19 백신을 매개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화이자·모더나·존슨앤드존슨 계열 얀센 등 2000만 회분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000만 회분을 합쳐 해외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들 중 일부를 의료·보건 시스템이 열악한 북한에 보내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촉 제안에 대한 북한 측 반응을 미국 측에 전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두 차례 북한에 접촉을 제안했으나 한 차례는 퇴짜를 맞고, 나머지 한 차례에 대해선 아직 북한 측의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