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풀어놔”… ‘인재’로 드러난 케이블카 참사

입력 2021-05-27 04:49 수정 2021-05-27 10:23
추락사고로 13명 숨진 이탈리아 케이블카. AP연합뉴스

14명의 사망자를 낸 이탈리아 케이블카 추락사고가 운영업체 측의 치명적 실수에 따른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원인을 수사하는 이탈리아 검찰은 26일(현지시간) 케이블카 정비 및 운영 책임자 3명을 과실치사 등 혐의로 체포했다고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케이블카의 갑작스러운 정지를 막고자 필수 안전장치인 비상 브레이크를 해제해놓고 운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와이어 파열 등과 같은 비상시에만 작동하게 돼 있는 제동장치가 기계적 결함으로 평상시에도 수시로 걸려 운행에 방해가 되자 죔쇠(고정용 철물)를 걸어 아예 고정해놨다는 것이다.

사고 케이블카는 목적지를 100m도 채 남겨두지 않은 지점에서 주 와이어 파열로 인해 고속으로 후진하기 시작했고 결국 보조 와이어에서도 이탈해 추락했다. 후진 당시 속도가 최대 시속 100㎞에 달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주 와이어가 끊어진 뒤 정상적으로 비상 브레이크가 작동했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사고 당시 반대편에서 하강하던 케이블카는 비상 브레이크 작동으로 운행을 멈췄다.

수사 책임자인 올림피아 보시 검사는 “와이어가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아래 케이블카 운행에 방해가 되는 비상 브레이크를 비활성화시켜 놨고, 이는 결국 참변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해당 케이블카는 코로나19 규제 완화로 최근 운행을 재개한 이래 어느 시점부터 줄곧 안전 브레이크가 풀려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예고된 참사였다.

검찰은 사고의 1차 원인인 주 와이어 파열 배경도 계속 수사 중이다.

지난 23일 발생한 이 사고로 탑승객 15명 가운데 14명이 숨지고 5세 어린이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유일한 생존자인 어린이는 다리 등에 다발성 골절상을 입었다. 5시간에 걸친 뼈 접합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이날 중환자실 입원 후 처음으로 눈을 뜨는 등 조금씩 의식을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 아이는 이번 사고로 부모와 2세 남동생을 모두 잃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