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건 승부차기 2선방’ 수원, 오리지널 클라시코 2연승

입력 2021-05-26 21:46 수정 2021-05-26 21:59
수원 삼성 골키퍼 노동건.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이 K리그2 FC 안양과 8년 만에 만난 두 번째 ‘오리지널 클라시코’에서 승리를 거두며 염기훈(38)의 대한축구협회(FA)컵 최다 출전 타이 기록 작성을 자축했다. 노동건 골키퍼는 승부차기에서 두 골을 막아내는 활약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수원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FA)컵 4라운드(16강) 경기에서 안양에 연장전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4대 2 승리를 거뒀다.

두 팀의 대결은 과거 안양에 안양 LG가 있던 시절 ‘지지대 더비’로 여러 스토리를 양산한 K리그 대표 매치였다. LG가 연고이전한 뒤 2013년 안양에 FC 안양이 새로 창단되면서 ‘지지대 더비’는 오리지널 클라시코로 바뀌어 다시 시작됐다.

2013년 FA컵 32강전에선 수원이 2대 1 역전승을 거두며 첫 번째 오리지널 클라시코를 승리로 장식했다. 그리고 8년 만에 이뤄진 두 번째 더비 매치에서도 치열하게 맞부딪친 끝에 결국 승리한 건 수원이었다.

수원의 ‘살아있는 레전드’ 염기훈은 이날 출전으로 노병준이 세운 통산 FA컵 최다 출전 기록(42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0년 수원 유니폼을 입은 염기훈은 수원에서 FA컵 최다 출전(34회) 최다 득점(10득점) 최다 도움(14도움)을 세우며 팀이 FA컵 역대 최다 우승팀(2002 2009 2016 2019)이 되는데 크게 기여 했다. 이날 승리로 염기훈은 출전하는 경기마다 계속해서 역사를 써나갈 수 있게 됐다.

안양은 골키퍼 정민기와 센터백 닐손주니어가 연이은 환상적인 수비로 수원 공격을 꽁꽁 막았지만 공격진의 마무리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끝에 결국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그라운드에 들어오고 있는 염기훈(오른쪽)의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주말 리그 경기를 앞두고 있는 양 팀은 이날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돌렸다. 수원은 FC 서울과의 ‘슈퍼매치’ 경기를 앞두고 유주안 손호준 강태원과 정상빈 강현묵 등 매탄고 유스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스쿼드를 짰다. 30일 충남아산 FC전을 앞둔 안양도 주전들을 대거 쉬게 하고 수원을 맞았다.

전반전엔 탐색전이 이어졌다. 안양은 경기 초반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잡아나갔다. 하지만 마지막 마무리 슈팅까지 이어지는 빈도가 확연히 적었다. 반면 수원은 전반 17분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볼을 이어받은 니콜라오가 골대 구석을 노리는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전반 28분에도 비슷한 위치에서 안토니스가 중거리 슈팅으로 안양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안양은 골키퍼 정민기의 연이은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전반 34분 안양이 좋은 기회를 잡았다. 후방에서 타무라가 패스한 볼을 모재현이 하남에게 연결했고, 하남이 다시 다이렉트 패스로 돌진하던 타무라의 앞 공간에 볼을 찔러줬다. 하지만 타무라의 슈팅은 노동건 골키퍼에 막혔다.

수원은 후반 시작과 함께 강공을 펼쳤다. 유주안이 안양 왼 측면을 부수고 올린 크로스에 문전 앞에서 발을 댄 니콜라오의 슈팅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후반 5분엔 염기훈이 왼발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아쉽게 볼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후반 19분 수원의 결정적인 기회가 무산됐다. 염기훈이 우측면에서 손호준이 연결한 크로스를 다이빙 헤더로 연결했지만, 정민기가 다시 이 볼을 동물적인 펀칭으로 쳐냈다. 이어진 유주안의 슈팅도 골대를 맞고 나왔다. 안양은 아코스티와 홍참범을 투입한 뒤 기회를 잡아 나갔다. 후반 35분 이상용의 헤더가, 1분 뒤엔 모재현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홍창범은 후반 추가시간 1분 수원 수비진을 빠르게 돌파해 슈팅을 시도했지만 마지막 태클에 걸렸다. 이후 두 팀은 지루한 공방전을 이어가다 90분을 소득 없이 마쳤다.

수원은 연장 전반 5분 정상빈의 돌파 과정에서 닐손주니어가 반칙을 저지르며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안토니오의 강력한 프리킥은 정민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민기의 환상적인 펀칭으로 안양은 위기를 넘겼다. 안양도 연장 전반 13분 프리킥 기회에서 아코스티의 헤더가 노동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앞서나갈 기회를 잡지 못했다.

수원은 연장 후반 5분에도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하지만 정상빈이 날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안양도 바로 뒤 모재현의 돌파에 이은 스루패스를 홍창범이 이어받은 뒤 문전 바로 앞에서 한 컷백에 홍창범이 발을 대지 못하면서 아쉬운 찬스를 날렸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아코스티가 댄 헤더도 크로스바를 스치고 나갔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에서 갈렸다. 양 팀 2번 키커까지 모두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가운데 수원 노동건이 안양의 3번 키커 타무라와 하승운의 슈팅을 연달아 선방해 결국 승리를 자신의 손으로 결정지었다.

수원=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