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열린) 8년 전보다 현우(조현우), 의조(황의조)가 성장을 엄청 많이 한 걸 보면서 부러운 적이 많았다. 이제 둘에게도 제가 할 말이 있지 않나 싶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을 맞는 수원 삼성 측면 수비수 이기제가 생애 첫 국가대표팀 발탁 관련해 소감을 털어놓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연령대 대표팀 이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꿈을 이뤘다고 기뻐하면서도 “소속팀에서 하는 것만큼만 하면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기제는 수원과 FC 안양의 FA컵 16강전이 예정된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 시작 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번 소집을 두고 기자단의 문의가 쇄도하자 구단 차원에서 마련한 회견 자리다.
이기제는 역대 대표팀 첫 소집 사례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나이가 많다. 소집 명단이 발표된 지난 24일 기준으로 29세 319일인 그보다 많은 나이에 소집됐던 선수는 32세 131일이던 전남 드래곤즈 송정현을 필두로 6명뿐이다. 이중 현역인 건 29세 359일째에 소집됐던 수비수 오반석(당시 제주 유나이티드)가 유일하다.
이기제는 “처음에는 대표팀 발탁 관련해 전혀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박건하) 감독님이 지난달 들어서 ‘잘하면 대표팀도 뽑히겠다’고 말하시길래 저도 이렇게 유지만 하자 생각하며 꾸준하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 명단 발표가 난 뒤에 감독님께 문자로 ‘감독님 덕분’이라고 얘기했더니 ‘아니다. 네가 노력해서 된 거니까 더 승승장구하려면 노력하라’고 덕담 해주셨다”고 말했다.
같은 팀 소속이기도 했지만 대표팀 왼쪽 측면 수비 자리 경쟁자이기도 한 홍철(울산 현대)도 축하를 건네왔다. 그는 “철이 형(홍철)과 개인적으로 친하긴 하지만 선의의 경쟁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철이 형이 연락해와서는 ‘같은 수원 출신인 네가 대표팀 되어서 기쁘다’고 해줬다”고 했다.
이기제의 장점은 날카롭고 강력한 왼발 킥이다. 최근 수원이 광주 FC와 치른 리그 경기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승부를 결정짓는 왼발 프리킥 골을 꽂아넣기도 했다.
그는 대표팀에서 해보고 싶은 걸 묻자 “ 데드볼 상황, 프리킥 장면에서 결정적일 때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대표팀에서 프리킥을 도맡는 해외파 공격수 손흥민이 찬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는 “오른발이 유리한 구역에서는 욕심 안 부리겠지만 왼발잡이들이 잘 차는 각에서는 부탁해 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기제는 과거 22세 이하 연령대 대표팀에서 태극마크를 단 적이 있다. 당시 함께 훈련했던 이들은 현재 대표팀 주전 골키퍼 조현우와 공격수 황의조 등이다. 이기제는 당시 기억을 묻자 “기억은 잘 나지만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밥이 맛있었다. 밥을 기대하고 있다”고 대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젊은 때 결혼했다. 결혼 생활 초반에는 잘 몰랐지만 30대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감정이 많이 가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굳게 다져서 더 열심히 한 것 같다”면서 “(아내가) 수원에서 하는 것만큼만 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고 했다.
수원=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