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최저委 논의서 근로장려금 확대 제안할 것”

입력 2021-05-26 18:07 수정 2021-05-26 18:52
지난 18일 세종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과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

경영계가 최저임금위원회(최저위) 전원회의에서 근로장려금(EITC·Earned Income Tax Credit) 확대 방안을 정식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대신 저소득 근로자 복지를 확대하자는 취지인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노동계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최저위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서 EITC 확대 방안을 정식 제안할 계획”이라며 “저소득 노동자의 근로를 유도하고 취약계층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강력히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ITC는 저소득 근로자가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벌면 소득 일부를 세금으로 환급해주는 세제 지원제도다. 근로를 장려하고 실질소득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2009년에 도입됐다.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도 유사 제도를 운용 중이다.

EITC 제도는 1인 가구 노동자 기준 연 소득이 2000만원에 못 미칠 경우 최대 150만원을 지원한다. 홑벌이 가구는 연 소득이 3000만원 미만일 때 최대 260만원을 받을 수 있고, 맞벌이 가구는 연 소득이 3600만원 미만일 때 최대 300만원을 지원받는다. 재산이 2억원을 초과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1억4000만원~2억원 이하면 지원금 절반을 받을 수 있다.

경영계는 경제·고용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 대신 EITC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저소득 근로자가 지원받을 수 있는 연 소득 범위(2000만원~3600만원)를 늘리고, 최대 300만원의 지급 수준도 개선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류 전무는 “EITC는 취약계층·빈곤층을 지원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 영향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최저위 전원회의에서 경영계가 제안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국민 세금을 EITC 재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사업주가 노동의 대가로 지급하는 최저임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경영계에 일정 부분 EITC 지원 책임을 부여하지 않는 이상 최저임금 인상 대체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 EITC 제도에 쓰인 지원금은 5조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경영계는 다음 달 초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초 요구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용자 위원들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에 진행됐던 2018년 최저임금 논의에서 2.4%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2019년에는 동결을 요구했다. 또 2020년과 2021년도 최저임금 논의에서는 각각 4.2%, 2.1% 삭감안을 내놨다.

류 전무는 “기업들 사이에서 동결·인하 요구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를 그대로 반영해 요구안을 정할 순 없다”며 “6월 초에 사용자 위원들이 모여 요구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요구안으로 1만770원 이상을 제시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노동계 내에서도 충분한 합의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