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5일(현지시간) 일본 북핵 대표와의 통화를 계기로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우리 측 카운터파트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본부장과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22일 대표 임명 직후 첫 번째 유선 협의를 갖는 등 한·미·일 3국 북핵 대표들의 공조가 본격화한 모습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26일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깜짝 제안’이 있을지 주목된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국 트위터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통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다른 중요한 이슈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김 대표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인선 발표와 함께 업무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 당시 ‘특사(Special Envoy)’라는 단어를 써 권한과 직급 등에 관한 혼선이 있었는데, 국무부 트윗에는 ‘특별대표(Special Representative)’라고 돼 있어 전임자인 스티븐 비건과 같은 특별대표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표기도 이전엔 ‘North Korea’라고 썼지만, 이번엔 북한의 대외 공식 명칭인 ‘DPRK’를 써 북한을 존중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 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와 노 본부장은 김 대표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할 때부터 합을 맞춰왔다. 양측은 이미 수차례 전화통화 및 화상협의를 하며 미 대북정책 검토 과정을 논의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반도 상황을 관리했다. 김 대표의 임명이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현장에서 노 본부장은 김 대표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노 본부장과 김 대표, 후나시코 국장은 지난 2월에도 3자 화상협의를 갖고 북핵·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후속협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외교와 대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만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할 구체적인 방안 마련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장도 한·미 정상회담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이 북한에 접촉을 제의한 뒤 북한이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한·미 정보기관 간에 상황 판단 등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박 원장이 뉴욕을 거쳐 워싱턴으로 가는 일정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에서 북한의 대외접촉 창구로 꼽히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인사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최근 두 차례 북한에 접촉을 타진한 것도 ‘뉴욕 채널’인 것으로 알려져 박 원장이 해당 채널을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박 원장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단순히 설명하는 수준이 아닌 상당한 유인책을 제시할 준비를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