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졸업앨범에서 여학생들의 가슴골을 멋대로 포토샵 한 미국 세인트존스 카운티의 공립 고등학교가 빗발치는 비판에 교육감이 사과 성명을 냈다. 유독 여학생에게 엄격하다는 복장 규정이 성차별 문제로 제기되면서 뉴욕타임스(NYT), BBC 등 주요 외신에 잇따라 보도된 여파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팀 포슨 교육감은 “사진을 편집하는 결정을 하기 전에 이 조치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포슨 교육감은 현지 매체 액션뉴스잭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트람 트레일 고교는 공립학교로 세인트존스 카운티의 복장 규정을 따른다. 하지만 이번 포토샵 논란으로 이 규정이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 더 엄격하다는 지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남학생의 경우 복장에 대해 ‘속옷이 보이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고 한 정도라면, 여학생에게는 ▲상의는 어깨 전체를 덮어야 하며 노출이 심하거나 주의 산만한 옷은 입을 수 없음 ▲횡격막이나 속옷이 드러나는 상의, 무릎 위로 10㎝ 이상 올라가는 짧은 스커트는 금지 등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이를 근거로 학생들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가슴골을 가리는 등의 방식으로 포토샵 한 사진을 졸업앨범에 실으면서 뭇매를 맞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오히려 이런 조치가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으로 본 것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같은 졸업앨범에서 남학생들이 몸에 착 달라붙는 수영복 차림으로 찍은 사진은 그대로 실렸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성별에 따른 ‘이중 잣대’란 비난도 제기됐다.
계속되는 논란에 세인트존스 카운티 교육 당국과 바트람 트레일 고교는 25일 복장 규정 개정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교육 당국은 여론의 비판을 받아들여 여학생과 남학생의 복장 규정을 동일하게 만들고, 여학생에게 무릎 위 10㎝ 이상 올라가는 스커트 착용을 금지한 규정 등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부모는 “딸이 (졸업사진을 찍을 때 입은 옷은) 여러 번 입은 옷이지만,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며 “편집된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일을 계기로 복장 규정이 보다 공정하게 수정되고 여성의 신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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