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개월 만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와의 26일 오찬간담회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간담회는 주로 각 당 대표들이 질문하고 문 대통령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등 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과 5당 대표들은 청와대 충무전실에서 사전 차담회를 가진 뒤 인왕실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 메뉴로는 비빔밥과 전복갈비찜, 도미찜 등이 나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여야가 함께 모일 때는 비빔밥을 많이 하는데, (잘 섞여 협력하자는) 의미를 담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찬 분위기는 그리 화기애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권한대행은 간담회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당수 질문도 하고 요구도 했는데, 답변이 별로 없는 사안이 매우 많았다”면서 “아니면 (문 대통령이)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적용, 백신 스와프, 세종시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 국정조사 등 정부 입장에서 아픈 질문이 쏟아졌지만 문 대통령이 답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초)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면서 “여야정 협의체를 3개월 단위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지만,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임기초)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면서 “여야정 협의체를 3개월 단위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지만,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고 한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이미 충분한 백신 물량이 확보돼 백신 스와프는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로 확신을 갖고 있어서 안철수 대표가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안 대표가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 형성과 관련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자 유 비서실장이 반박하지 못하고 민망해 했다고 안 대변인은 전하기도 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고(故) 이한빛 PD의 어머니가 쓴 책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와 김용균 재단 배지를 선물로 전달했다. 이 PD 어머니 김혜영씨는 책에 함께 보낸 편지에서 “청년들이 일터에서 죽어가니 안타깝다. 청년들이 절망 속에 살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써달라”고 적었다.
정현수 박세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