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5배, 마약 2배 늘었는데… 檢 강력부 통폐합 우려

입력 2021-05-26 17:34


법무부의 검찰 조직개편 추진 방침과 관련해 검찰 내에선 강력 수사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약과 보이스피싱 등 강력범죄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검찰 직접수사’와 ‘경찰 송치사건 처리’를 구분하는 방식은 범죄 대응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현장의 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개편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 보이스피싱, 조직범죄 등 강력범죄형사부가 대응하던 범죄는 건수와 피해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부분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다크웹을 기반으로 유통이 확산된 마약 범죄다. 2016년 1383명이던 마약사범은 지난해 2198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마 관련 사범도 1435명에서 321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나날이 지능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은 2016년 1468억원이었지만 지난해 7000억원으로 4년 만에 5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됐다. 같은 기간 검거 인원도 1만5566명에서 3만9713명으로 늘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보이스피싱이 잦아들었다는 통계를 발표했지만 실제 법을 집행하는 검·경의 집계는 그와 상반된다. 조직범죄 처리 인원도 2016년 696명에서 지난해 2341명으로 급증했다.

검찰은 이 같은 분위기에서 강력범죄형사부 사무를 반부패·강력수사부로 통폐합하는 개편을 우려한다. 민생 피해를 낳는 강력범죄 대처에 빈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직제개편 결과 기존 강력부가 강력범죄형사부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전통적인 인지부서의 기능은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반부패·강력수사부로 통합되면 강력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지고, 사건 처리도 비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강력통’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검찰의 직접수사와 경찰 지휘를 분리하는 것에 대한 우려 역시 크다. 그간 검찰 강력범죄형사부는 사법경찰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범죄정보를 습득, 직접수사를 이어가는 유기적인 구조로 업무를 진행해 왔다. 마약 사건이 대표적이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검찰 직접수사 사건과 경찰 보완수사는 분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검찰 강력범죄 수사 노하우가 사장되고, 종래에는 수사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평검사는 “강력범죄가 고도·복잡화되는 상황에서 그간 검찰이 쌓아 놓은 전문성마저 잃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가 약화돼 기관 간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새로운 대응 부서가 신설된다고 해서 강력 범죄에 대한 특수성까지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법통제 기능 약화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의 검찰 조직개편이 결국 검찰 수사권을 줄이는 방식의 일환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검찰의 우려가 전달될 예정이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피로감도 감지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직제개편과 그에 따른 반대 의견 개진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며 “반부패 대응 역량을 높이는 방향이라면 찬성하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