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갖고 있었던 암호화폐 패권이 자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 때문에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당국은 전력 과소비와 환경 오염 등을 명분으로 자국 내에서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그간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채굴 활동이 다른 국가로 이전되면서 암호화폐 분야의 ‘탈중국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비트코인 채굴에서 중국이 갖고 있었던 글로벌 중심지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26일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 강화와 금융 리스크 등을 이유로 암호화폐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블록체인 정책 자문위원인 왕주안 시안교통대 교수는 SCMP에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와 비트코인 채굴에서 단계적으로 강경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가상화폐 시장이 탈중국화(de-China-isation)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암호화폐 신규 개발과 거래 활동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때문에 바이낸스와 후오비, 오케이엑스 등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기업들은 해외로 본사를 이전해야 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이뤄지는 가상화폐 채굴 활동은 묵인하는 태도를 최근까지 취해왔었다.
가상화폐 채굴은 상당한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캠브리지대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1년에 소모되는 전기는 121.36테라와트시(TWh)로, 아르헨티나 전체의 1년 전기 사용량보다도 많다. 중국이 세계 비트코인 채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5%나 된다.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전력 소모가 중국 전체 전기 사용량의 1%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업자들은 내몽골과 쓰촨, 신장 등지에서 석탄 화력발전소가 생산한 값싼 전기를 활용해 가상화폐를 채굴하고 있다.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뤄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중국 정부로서는 더 이상 가상화폐 채굴업자를 더 이상 방관하기가 어려워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강경한 태도가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자국 내 가상화폐 채굴을 금지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채굴 활동이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가상화폐 채굴 전문 컨설팅 업체 블록브릿지의 최고경영자(CEO)인 니샨트 샤르마는 “중국의 채굴 금지 조치에 따라 수천 개의 채굴 장비가 가동을 중단하면 비트코인 채굴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신규 채굴 장비가 다른 나라에서 가동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이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