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급격하게 치솟던 철광석 값이 중국 정부의 “원자재 투기·사재기 무관용” 경고가 이어지자 최근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6일 사상 처음으로 t당 200달러를 넘어선 뒤 보름여 만에 200달러가 깨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철강 공급이 넘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철강제품 가격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25일 t당 192.87달러로 지난 24일 200달러선이 깨진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12일 t당 237.57달러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은 뒤 약 열흘 만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원자재 수급관리 강화와 가격 안정화 조치에 따른 것이다. 지난 19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국무원 회의에서 원자재 투기 수요에 적극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매점매석을 통한 인위적 가격 조정과 불안을 자극하는 허위정보 유포 등을 엄중히 조사하고, 적발 시 공개적으로 처벌하라고 지시하며 투기와 사재기에 대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지난 23일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5개 부처가 철광석, 철강, 구리, 알루미늄 등 업종 내 주요 기업과 철강산업협회 및 비철금속협회를 불러 기업 간 가격담합, 가격 인상에 대한 조작된 정보를 퍼트리는 등 위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개입이 강해진데다 중국 남부 지역의 우기 진입에 따른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중국 내 주요 원자재 가격은 일시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 글로벌 경기 개선이 이어지고 있어 중국의 철광석 값 하락이 전 세계 철강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만 봐도 현재 IT, 가전,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급증해 철강재고가 급감한 상황에서 반도체 수급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는 자동차 조업이 향후 정상화되면 철강 공급이 더 부족해질 것이란 것이다.
국내도 수요에 비해 수급이 타이트하기는 마찬가지다보니 철강제품 유통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다. 자동차·가전 등의 소재로 쓰이는 기초 철강재인 열연강판의 유통가격은 1월 말 t당 88만원에서 4월 말 110만원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130만원을 돌파했다. 선박을 만들 때 필요한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유통가격 역시 4월 말 t당 110만원에서 이달 21일 130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중국이 수출을 제한한데다 현대제철에서 최근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로 1열연공장과 철근공장의 가열로 가동이 멈춘 게 수급 부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현재 철광석 값이 직전에 비해선 낮아졌지만 1년 전 t당 95.28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제품값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6월에도 열연강판 가격을 t당 10만∼12만원 올렸다. 포스코의 경우 올해 1월 t당 8만원, 2월 10만원, 4월 5만원, 5월 7만∼10만원 올린 데 이어 6월에도 가격을 올리면서 6개월 연속 인상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철광석 가격이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철강 수요 업체들의 부담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