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가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패소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 검사 측 대리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서 검사는 안 전 국장이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시절 자신을 강제추행하고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인사보복을 했다며 2018년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14일 패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서 검사가 강제추행에 따른 피해 사실과 가해자를 인지하고도 3년 넘게 소송을 내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인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그 기간이 지나면 청구권이 사라진다.
재판부는 또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에 “피고(안 전 국장)가 인사 당시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 검사는 공무원이었던 안 전 국장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법령을 위반한 만큼 국가를 상대로도 배상책임을 물었으나 같은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
서 검사는 패소 판결 뒤 SNS에 올린 글에서 “형사 절차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민사상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판결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항소심에서 상식적 판결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국장 관련 의혹은 서 검사가 2018년 1월 성추행 피해를 폭로하며 알려졌다. 서 검사의 폭로는 사회 각계에서 벌어진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검찰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꾸려 조사한 끝에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안 전 국장을 기소했다. 성추행 혐의는 고소 기간이 지나 입건하지 못했다.
안 전 국장은 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직권남용의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해 무죄 취지로 판결을 파기했고, 이후 파기환송심이 내린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