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중국 현지 조사 보고서에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을 규명할 만한 자료가 포함돼 있었지만 제대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미국 CNN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초기 바이러스와 관련해 상당한 정보를 수집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WHO 보고서 부록에 담겨 있었지만 지금까지 간과됐다는 것이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WHO 전문가 패널이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 200페이지에 달하는 부록이 첨부돼 있었다고 전했다. 부록에는 중국 당국의 정보 은폐 의혹과 더불어 WHO 차원의 재조사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부록은 발간 당시부터 최근까지 세계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록에는 중국 당국이 2019년 12월 당시 인체에서 채취한 코로나19 샘플을 저장하고 파괴한 과정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로 보고된 코로나19 감염자가 식료품과 동물을 판매하는 상점 28곳을 방문했었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초기 동물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벌인 정황도 있었다. 보고서를 보면 당시 중국 당국은 아프리카·아시아 원숭이와 사향노루, 고슴도치, 대나무쥐 등 야생동물 69종에서 표본을 추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측은 이 동물들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WHO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자 동물 전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였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발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온 이후 진상 규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임 기간 내내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을 강력히 주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옳았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음모론으로 치부했던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주류 언론들은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분석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