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재건 노렸던 박삼구, 3300억 횡령 혐의로 재판에

입력 2021-05-26 16:36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받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33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회장은 금호그룹 재건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을 부당하게 끌어 쓴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민형)는 26일 공정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박 전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박 전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었다. 검찰 수사에서 그룹 재건 초기단계였던 금호산업 인수 당시에도 횡령 범행이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박 전 회장의 범행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인 금호산업 인수를 통해 금호그룹을 재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호고속의 전신인 금호기업은 2015년 12월 금호산업을 채권단으로부터 인수했다. 당시 그룹 4개 계열사 자금 3300억원이 인출돼 인수 자금으로 임의 사용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보유하고 있던 금호터미널 주식을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저가 매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매각 등을 통해 박 전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더 강화한다. 검찰은 주식이 저가에 매각돼 아시아나항공이 손해를 입었다고 본다. 금호기업은 이후 사명을 금호고속으로 변경한다.

기내식 사업 계약도 아시아나항공이 손해를 보고 금호고속이 이득을 보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스위스 게이트그룹과 기내식 계약을 맺었다. 게이트그룹은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 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했다. 금호고속 입장에선 이자 부담 없이 돈을 투자받은 것이다.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가 금호고속에 1306억원을 담보 없이 저금리로 대여한 혐의도 있다.

일련의 계열사 지원으로 박 전 회장 등 총수 일가는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 77억원 가량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금호그룹은 경영난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총수를 제어하지 못한 지배구조와 오너리스크가 기업을 부실하게 만든 전형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