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26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중국’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국이 많이 노력했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다만 “(대만해협 등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싱 대사는 이날 MBC에 나와 ‘공동성명에서 중국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은 한국이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노력한 걸로 생각할 수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미·중 사이에서의 우리 정부의 노력은 평가하나, 대만 문제 등 중국 관련 내용이 공동성명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과 관련된 사안임을 재확인했다.
싱 대사는 “한국 측에서 ‘대만해협’이 공동성명에 들어간 데 대해 설명했지만 우리로서는 중국 내정과 관련된 일”이라며 “한·중 수교를 맺으면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임을 명확히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6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매우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내용만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것”이라며 “정부는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런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싱 대사는 공동성명에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와 비행의 자유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에 대해 “(중국은) 통행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며 “주변국들끼리 협력해서 해결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유엔헌장 및 세계무역기구(WTO)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틀은 찬성하지만 “하나의 나라 또는 몇 개 나라가 만든 질서를 따르라고 할 때는 우리는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협의체인 ‘쿼드’에 대한 불편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중·미(미·중) 관계가 아주 좋다고 할 수 없다”며 “중·미가 화해하기 위해선 한국을 비롯한 나라들이 중간에서 좋은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과 관련해 그는 “중·한(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시 주석의 방한은 중대한 사변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안정되지 않고 있다”며 시 주석 방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한국이 미국에 경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 주석이 조만간 방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싱 대사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국도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