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으로 재판 받아 민망” 법무부 장관으로 처음 법정에 선 박범계

입력 2021-05-26 15:14 수정 2021-05-26 17:45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남부지법에서 현직 법무부 장관 최초로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폭행 사건’과 관련해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현직 법무부 장관으로는 첫 법정 출석이다.

박 장관은 26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에서 열린 재판 출석에 앞서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재판받아 민망한 노릇”이라며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재판부에 기소가 정당한 것인지 호소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 사건과 관련해 공동폭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장관 등에 대한 재판을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재개했다. 박 장관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박주민 의원, 이종걸·표창원 전 의원과 보좌관·당직자 5명 등 10명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이다.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장관이 된 후 처음으로 형사재판 피고인석에 섰다. 그는 지난해 9월 열린 공판 때 법정에 출석했었지만,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이후에는 공판 기일이 연기되면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고 성실히 임하겠다. 이 사건의 시작부터 경과, 재판에 이르기까지가 전체적으로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으로 재판에 서는 것이 이해충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이해충돌 여지가 없도록 몸가짐을 반듯하게 하겠다”며 “재판을 통해서 검찰개혁, 공수처, 국회선진화법 등의 의미가 조명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또 “재판을 통해서 검찰개혁, 공수처, 국회선진화법 등의 의미가 대한민국 법정에 의해 조명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가해자라고 하는 저나 우리 동료 의원들, 또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들도 모두 다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다”며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경찰 소환에 3번이나 응하지 않았다. 이게 이 사건의 본질이다”라고 덧붙였다.

재판에선 박 장관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직자와 충돌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검찰 측 증거로 제시됐다. 검찰은 “박 장관이 피해자의 목을 감싸 안고 끌어내는 등의 행위가 영상에서 명확하게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짜맞추기식’ 증거라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당시 피해자에게 밀리면서 제 안경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부분은 검찰이 제시한 영상에는 나와있지 않다”며 “동영상이 온전한 영상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검찰이 소환 조사 없이 기소한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사건에서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다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다”며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경찰 소환에 3번이나 응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진술이 없는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김병욱 의원도 “검찰의 소환조사는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 관련 내용을 조사조차 되지 않은 일방적인 기소”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법사위원장 대행으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 참석한 박주민 의원을 제외하고 9명의 전·현직 의원 등이 출석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법사위원장 대행으로 청문회를 진행해 출석하지 못했다.

앞서 2019년 4월 여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격렬하게 대치했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의안과 사무실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 고성과 막말, 몸싸움이 오갔고 이후 여야 의원들 간 대규모 고소·고발전이 진행됐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민주당 소속 의원과 보좌진 등 10명, 한국당 소속 의원과 보좌진 등 27명을 재판에 넘겼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