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주춤하는 동안 날개 단 샤오미…美 블랙리스트 제외

입력 2021-05-26 12:50 수정 2021-05-27 09:57
중국의 한 샤오미 매장에서 사람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전자제품 제조업체 샤오미에 대해 제재 해제 판결을 내렸다.

미 워싱턴D.C. 법원은 25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샤오미를 중국군 연계 기업으로 지정한 것을 무효화하고 샤오미 제품에 대한 구매 및 주식 보유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라고 판결했다. 샤오미는 26일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이로써 미국 투자자들의 샤오미 주식 보유 제한이 정식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앞서 샤오미는 이달 초 블랙리스트 해제와 관련해 미 국방부와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샤오미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레이쥔은 승소 결정이 나자 웨이보에 “우리가 이겼다”며 “샤오미는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라고 글을 남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를 엿새 남겨둔 지난 1월 샤오미를 비롯한 9개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 목록에 추가했다. 레이쥔이 2019년 중국 정부로부터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자상’을 수상했다는 점, 샤오미가 5세대(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점 등을 문제 삼아 중국군과 연계된 군사기업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미 기관 및 투자자들은 샤오미에 대한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샤오미는 미 국방부와 재무부 등을 상대로 제재 결정을 취하해달라고 요청하는 소송을 냈다.

미 제재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도 미 법원에 국가안보 위협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상태다. 다만 화웨이는 중국 통신망 구축에 깊게 관련돼 있어 제재를 풀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미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말 화웨이가 국가안보 위협 업체 지정을 재검토해달라고 낸 요청을 기각했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강자였던 화웨이의 부재를 틈타 샤오미 등 후발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의 점유율은 1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출하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샤오미는 창립 11년만인 올해 처음 대규모 채용을 실시해 5000명을 새로 뽑았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