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연님, 발표 너무 잘했습니다.”
전교생 54명의 충북 음성군 소이초등학교 정창환(43) 교사는 26일 수업시간에 6학년 권희연(12)양에게 존칭을 쓰며 이렇게 칭찬했다. 희연양은 친구들에게도 “연필 좀 빌려주세요”라고 높여 부른다. 이 학교는 교사와 학생 간은 물론 또래끼리도 존칭어 쓰기를 실천하고 있다.
소이초는 지난해 10월부터 또래 간 존칭어 쓰기, 아동 인권존, 인권동아리, 인권교육 주간 등을 통해 유니세프 아동친화학교로 성장하고 있다.
소이초는 학교 숲 놀이터와 밧줄 놀이터 등 학생들이 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안전한 놀이시설과 공간도 조성됐다. 수업시간 30분 동안 중간 놀이시간을 운영해 아동이 자유롭게 놀고 쉴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등 아동권리 증진에 힘쓰고 있다.
임영택 소이초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지켜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인격체로써 존중받는 학교 문화를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세프 아동친화학교는 운영 전반에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가치와 이념을 담아 아동을 비롯한 모든 학교 구성원의 권리를 존중하고 실현하는 교육환경을 갖춘 학교를 의미한다. 단순히 수업시간에 아동권리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고 가르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동이 학교생활과 문화 속에서 권리 존중을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아동이 권리를 배우고 연습하면서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영국에서 시작된 아동친화학교는 현재 17개국 6415개의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해 12월 충북의 초등학교 4곳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충북도교육청과 맺은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음성 소이초, 청주 강서초, 충주 달천초, 증평 죽리초 등 초등학교 4곳을 선발해 시범 운영 중이다. 기반 마련 단계인 아동친화 씨앗학교와 실행을 위한 아동친화 새싹학교를 거쳐 최종 아동친화 열매학교로 인증 받는 것을 목표로 추진된다.
소이초는 지난해 아동친화 씨앗학교 단계를 거쳐 현재 아동친화 새싹학교 단계에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 명시된 ‘아동은 충분히 쉬고 놀며 문화와 창작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성군은 최근 소이초와 아동권리가 증진되는 행복한 지역사회 실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아동친화도시와 아동친화학교 간 상호 협력과 정보 인프라를 공유하고 아동친화환경 조성과 권리교육 활동 전개 등 상호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음성군은 지난 2018년 전국에서 27번째로 유니세프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음성=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