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범인” 한강사건 보고서 떠돌아…경찰, 위법성 검토

입력 2021-05-26 04:53 수정 2021-05-26 10:16
뉴시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친구가 범인이라는 취지의 보고서가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다. 경찰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작성해 유포한 글쓴이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

경찰은 인터넷에 ‘한강사건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유포되는 글에 대해 “위법한 내용이 발견됐다. 해당 내용을 검토하는 대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23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쓴 글쓴이는 자신을 “1978년생이고 패션 분야에서 24년, 건축 및 건물관리 분야에서 20년, 초·중·고등학생 교육 분야에서 24년 경력을 쌓았다”고 소개했다.

글쓴이는 먼저 “친구가 피의자가 아니면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며 “자료를 꺼내 얘기하는 분들에게는 아무런 죄가 적용될 수 없으며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손씨 친구 A씨를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A씨 가족과 서초경찰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을 ‘공범’이라고 칭했다. 사건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나열했다. 평소 손씨를 안 좋게 생각해온 A씨가 손씨의 해양공포증, CCTV가 없는 한강 일대 환경을 염두에 둔 ‘완벽범죄’를 계획했다는 게 글쓴이 주장이다.

보고서엔 “A씨는 잠든 적이 없으며 손씨는 급작스럽게 의식을 잃었다. A씨는 범행능력이 있는 의대 본과 학생”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글쓴이는 “신발 젖은 상태 및 물에 들어간 이염임을 CCTV로 확인했다”며 “A씨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최소 허벅지까지 물 깊숙이 잠겨 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경찰이 손씨 휴대전화 영상에 나온 ‘골든’이라는 단어를 가수 ‘지소울’로 본 것과 관련해 “초·중·고 아이들 강의 경력 20년 이상이다. 또래 학생 중 지소울을 ‘골든’이라고 부르는 경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부 성격 프로파일링에 따르면 A씨는 손씨가 해양공포증이 있단 걸 기억해뒀다가 완벽범죄를 계획해 한강으로 불러냈다”고 한 그는 “외면과 내면의 극단적 부조화를 느끼는 자기애성 인격장애로서 열등감과 우월성을 동시에 느낀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친구 A씨와의 술자리를 한강으로 정한 것은 손씨다.

이 밖에 글쓴이는 “이상한 수십 가지 의혹들”이라면서 “경찰서, 국과수와 유력 언론 등이 그 살인은폐를 돕고 있다는 프리즘에 넣으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면서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게 된다”고 했다.

경찰은 이 보고서에 대해 “자료를 검토한 결과 몇 가지 위법 사항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