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25일 광주를 찾아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을 관람하다 시민들의 항의를 받으며 공연장을 떠났다.
노 원장은 이날 오후 7시부터 광주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애꾸눈 광대’를 관람했다. 이 공연은 5·18 당시 항쟁에 참여했다가 한쪽 눈을 잃은 주인공 이지현씨의 자전적인 삶을 각색한 연극이다.
이날 노 원장의 광주 방문과 연극 관람은 개인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이 끝난 뒤 작품 원작자인 이씨가 노 원장을 무대 위로 부르려고 했다. 공연 감상과 광주 방문 소감을 듣겠다면서다.
그러자 객석 일부에서 항의가 쏟아졌다. “아버지 노태우의 사죄가 먼저다” “광주학살 원흉 5적의 자식” “다시는 광주에 오지 말라” 등 고성이 잇따랐다.
노 원장은 항의가 계속되자 연거푸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며 공연장을 나섰다.
그는 “본의 아니게 소란을 일으키고 분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광주분들에게 너무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오늘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연극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저도 연극을 보면서 그날의 아픔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지 가늠이 안 가지만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광주의 예술인, 그걸 성원하는 많은 분이 계신다는 것을 느끼며 가슴이 먹먹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2019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다섯 차례 광주를 방문해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유공자에게 사죄의 말을 전한 바 있다.
5·18기념재단 등 오월단체는 지난해 6월과 이달 성명을 통해 “노태우 일가의 ‘반성쇼’는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라고 비판하며 1980년 당시 시민 학살에 대한 사과와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이날 노 원장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