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받았던 당사자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을 국회 사이트에 올렸다.
지난 2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자신을 ‘2020년 11월 16일 진행된 동아제약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의 성차별 면접 피해자’라고 소개한 청원인 김모씨(25)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씨는 글을 시작하며 “본 청원의 목적이 저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소급입법을 통해 해당 기업에 중한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데에 있지 않고, 양심을 가진 시민으로서의 도덕을 실천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적시했다.
김씨는 “저는 만 25년 인생의 대부분을 기득권으로 살았다”며 “유복한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서울과 해외에서 거주하였고,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이성애자이자 비장애인이자 정규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저는 6개월 전, 이 모든 권력이 단지 저의 성별을 이유로 힘없이 바스러지는 경험을 했다”며 “모든 권력은 상대적이기에 나 또한 언제든 약자, 즉 배척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차별금지법 논의에 미온적인 국회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국민 인식조사나 그 외 여론조사를 살펴보더라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국민이 국회의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국민의 인식을 따라오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역사와 연구와 현실이, 차별과 혐오의 제거가 국가 발전의 필수 조건임을 보여줌에도 국회는 자신들의 나태함을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로 외면하고 있다”며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게, 그리고 우리에게 ‘평범’을 앗아간 국회는 직무유기를 멈추고 이제 답하라”고 덧붙였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30일 이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가 진행된다. 25일 오후 5시 기준 해당 청원 동의 수는 2만9840명이다.
앞서 청원인 김씨는 지난해 11월 동아제약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으로부터 남성 지원자들과 달리 여성인 본인에게만 ‘군대를 다녀온 남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간에 임금이 다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병역 의무 이행이 가능하다면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는지’ 등을 질문을 받았고, 이를 공론화했다.
이후 동아제약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올렸다. 여성가족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의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해소하고, 성평등 채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협업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