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조립공장보다 심각”…콜센터 노동자 98.9% 근골격계 고통

입력 2021-05-25 18:18
콜센터 상담사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콜센터 노동자 노동건강실태 발표 및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 아침 골반을 ‘툭툭’ 쳐줘야 몸을 일으킬 수 있어요. 콜센터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어느 순간 허리랑 목 디스크가 오더라고요. 전화 상담을 하면서 한순간도 긴장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지요.”

국민건강보험 상담사 김숙영씨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12년차 베테랑 상담사인 김씨의 척추는 한쪽으로 틀어져 있다. 1년간 병원에 다니며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콜센터 좁은 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착용할 때마다 김씨의 목과 어깨는 다시 뻣뻣해져 간다. 그는 “한 손은 마우스에, 다른 한 손은 키보드에 올려놓고 전화를 받아요. 그때마다 몸이 앞으로 쏠릴 수밖에 없어요”라며 “이 자세로 휴식시간도 없이 쭉 8시간을 근무하죠. 그렇게 하루 수십 통에서 100통 이상의 상담을 하죠”라고 털어놨다.

김씨 같은 콜센터 상담사들이 자동차 조립공장 등 제조업 노동자보다 더욱 심각한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콜센터 노동자 노동 건강실태 발표 및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상담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11월 이뤄진 설문에 콜센터 노동자 총 601명이 참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앞서 지난 2월 실태 조사한 다른 상담사 796명을 포함해 총 1397명의 답변을 분석했다.

콜센터 상담사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콜센터 노동자 노동건강실태 발표 및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8.9%가 적어도 한 부위 이상에서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했다. 제조업 노동자 평균(87.9%)보다 11%포인트 더 높다. 아울러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비율도 92.2%에 달했다. 상담 업무를 시작한 뒤 생긴 질병도 근골격계 질환이 72.0%로 가장 많았다. 좁고 불편한 근무환경과 고객의 요청을 받아 적는 속기사 업무가 병행되는 상황이 신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우울증 위험군에 속하는 이들도 전체의 80.3%였다. 특히 우울증은 피로도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는데 휴식시간이 5분 미만일 경우 가장 높았다.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휴식시간은 20분 미만이 25.2%로 가장 높았고, 5분 미만도 20.7%나 됐다. 감정노동의 경우 ‘고객 응대 과부하 및 갈등’ 영역에서 90.7%가 위험 수준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을 맡은 전지인 전 건강한노동세상 사무국장은 “실태조사 결과는 당장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콜센터 사업장 환경이 심각하다는 뜻”이라며 “전반적인 실태조사와 상담, 지원, 치료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직접고용을 통해 원청이 직접 문제의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