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럽게 봐 달라?” 음주 상태로 취미 수업한 부산대 강사

입력 2021-05-25 18:11

부산대학교의 한 강사가 음주 상태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 논란에 휩싸였다. 수업 내용마저 강의 계획서와 무관하게 자신의 취미인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내용으로 채워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부산대는 25일 음주 강의를 한 강사 A씨를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우주학과 소속 강사 A씨는 자신이 맡은 4학년 전공필수 수업을 음주 상태에서 1시간 30분간 진행했다. 말을 어눌하게 하는 등 술에 취한 모습을 학생들이 모두 알아차릴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A씨는 이날 수업에서 강의계획서 내용과 전혀 무관한 ‘건담 프라모델’ 조립 영상을 강의 자료로 올렸다. A씨가 맡은 강의는 4학년 전공 필수 수업으로, 강의계획서에 따르면 대형 기계 설계와 관련된 수업을 해야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급한 나머지 음주 강의를 하게 됐다”면서 “정규수업이 아니니 너그럽게 봐달라”는 내용의 해명 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수업을 수강한 학생이 부산대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작성자는 지난 21일 이 커뮤니티에 ‘강의 이딴 수준인데 신고 못 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소중한 등록금 내고 이딴 수업 들어야 하냐”며 강사 A씨의 수업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글 작성자는 “건담 조립하는 걸 봐야 출석이 인정된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온라인 수업 특성상 강사가 올린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지 않으면 출석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을 본 다른 학생들은 댓글로 “이런 거 학과에서 징계 안 함?” “저런 거 보려고 비싼 등록금 냈나”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강사 A씨의 행동을 비판했다.

부산대는 해당 강사에 대해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대 교육혁신처 측은 “정규수업 외에 추가로 해당 강의를 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음주 사실에 대해서는 당사자도 인정하는 상황인 만큼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논의해서 필요한 조처를 내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