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리고 이동, 머리에 꽃 안꽂은 수치 “하는 일은 먹고 자는 일뿐”

입력 2021-05-25 17:55
군부에 의해 기소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지난 24일 수도 네피도 시의회 내부에 마련된 특별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미얀마 국영방송 MRTV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쿠데타 이후 군부에 의해 눈이 가려진채 이동하고, 먹고 자는 일만 허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완벽하게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현지매체 미얀마나우 등에 따르면 수치 고문은 현재 군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받는 상황이다. 미얀마나우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식통을 인용해 “수치 고문이 지난 2월 말 수도 네피도에 있는 자택에서 눈이 가려진 채 비공개 장소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전날 네피도 시의회 내부에 마련된 특별법정에서 수치 고문을 첫 대면한 변호인단은 “수치 고문은 현재 본인이 어디에 구금됐는지, 출석한 법정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치 고문은 쿠데타 이후 시민 800명 이상이 군경에 진압에 의해 숨지는 등 유혈 사태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다. 변호인단은 “수치 고문이 체포돼 구금된 날부터 외부세계와 모든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며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수치 고문은 건강해보였지만 오직 먹고 자는 것만 허용됐다”라고 덧붙였다.

군부는 수치 국가고문이 시위대와 소통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변호인 접견조차 막아왔던 군부는 “반군부 시위 지도자들이 변호인을 통해 수치 고문과 접촉할 계획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지시를 요청하기 위한 불법적 연락이 오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치 고문은 전날 재판을 받기 위해 특별법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113일만에 공개석상에 나왔다. 미얀마 국영방송 MRTV가 방영한 수치 고문의 모습은 차분했다. 분홍색 마스크를 쓴 수치 고문은 손을 앞으로 모으고 등을 바로 편 채 피고인석에 앉았다. 수치 고문을 상징하는 꽃도 머리에 꽂지 않았다.

수치 고문의 등장에 한껏 고무된 시민들은 미얀마 전역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는 등 반군부 투쟁을 이어나갔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시민들은 SNS에 재판 관련 속보를 공유하며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군부는 미얀마 내 반중감정이 커지면서 중국 기업을 겨냥한 방화 사건 등이 벌어지자 “중국 기업을 보호하겠다”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반중정서는 더욱 악화돼 시민들은 중국제품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불태우는 등 군부와 가까운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