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백신 공세, ‘분열 술책’이라며 꿈쩍도 안 하는 대만

입력 2021-05-25 17:27
대만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방역 경계 등급을 상향한 여파로 25일 수도 타이베이 시내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과 대만이 코로나19 백신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던 대만에서 뒤늦게 확진자가 급증하자 백신 제공을 제안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만은 사회 분열을 노린 술책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25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전날 밤 성명에서 “대만의 코로나19 상황이 날로 심각해진 가운데 섬 안의 일부 단체와 인사들이 대륙(중국) 백신 구매를 호소하고 있다”며 “우리는 대만 동포들이 조속히 대륙 백신을 접종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 방역 전문가를 보내 방역 경험을 공유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안 그래도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큰 대만은 백신 제공에 깔린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는 성명을 내 “중국이 정식 채널을 통해 백신 제공 의사를 전해온 적이 없다”며 “큰소리 치면서 대만이 대륙산 백신 수입을 막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은 대만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통일전선 분열 술책을 쓰고 있다”며 “대만과 국제사회 모두 이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최근 진행한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중국산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어서 중국산 백신을 들여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24일(현지시간)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질병관제서(CDC)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중국산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팻말에는 '우리는 백신을 원한다'는 구호가 쓰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에선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된 지난 16일 이후 연일 하루 2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대만 보건당국은 24일 확진자가 334명 발생했다며 이들 외에 아직 공식 수치에 반영되지 않은 확진자도 25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타이베이시의 한 양로원과 고속철, 지하철에서 감염자가 나오는 등 대만 곳곳에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 당국은 방역 경계 강화조치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천스중 위생부장(장관)은 여러 전문가들이 대만 전역으로 확대 발령한 3급 방역 경계 조치 연장을 건의했다며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3급 조치가 내려지면 대만 전역에서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또 실내 5인 이상, 실외 10인 이상 사적 모임 및 종교 행사가 금지되고 영화관, 체육관, 박물관, 도서관 등의 개방도 제한된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