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락 필기시험과 같이 발표
“결과 알았다면 필기 보러 안 갔다” 반발
“취준생 배려 부족” 지적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이 신규 직원 채용 과정에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본격적인 필기시험에 이틀 앞서 온라인 인성검사를 진행해놓고 인성검사 당락을 필기시험 결과와 함께 발표, 결과적으로 애초 필기시험을 볼 필요 없던 수십 명의 지원자들이 헛수고를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취준생)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인 공기업이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청년 일자리 문턱이 좁아진 상황에서 취준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부발전이 25일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남부발전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 직원과 인턴 등 총 131명을 채용했다. 당시 채용은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전형, 3차 면접을 거쳐 이뤄졌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2차 필기전형 단계다.
필기전형은 인성평가 및 직무지식, 한국사, 영어 등을 보는 기초지식평가로 구성되는데 인성검사에서 불합격하면 기초지식평가 성적이 좋아도 탈락한다. 그런데 남부발전은 지난해 9월 23~24일 서류전형 합격자 2734명 전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성검사를 치른 뒤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26일 기초지식평가를 부산, 서울에서 치렀다.
필기전형 합격 결과는 10월 7일 발표됐는데 이날 미리 나와야할 인성검사 결과도 동시에 나왔다. 뒤늦게 인성검사 탈락 사실을 안 일부 수험생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지원자는 온라인 게시판에 인성검사 불합격 통지서를 공개하면서 “결과를 알았다면 어차피 떨어질 필기시험을 보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 차비도 주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남부발전이 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필기시험에서 합격권에 들고도 인성검사에서 탈락한 인원은 총 54명이다. 필기시험에서 합격권에 들지 않은 인원까지 합치면 헛수고를 한 취준생은 더 많다. 양 의원은 “남부발전이 취준생을 좀 더 배려했다면 취준생 수십수백명이 요즘 같은 취업난에 합격 가능성 제로인 시험을 치르러 귀한 시간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인성검사와 필기시험 결과를 동시에 발표한 것에 대해 “과거에는 인성검사와 기초지식평가까지 하루에 한꺼번에 치렀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집합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성검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미리 치르면서 혼란이 일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력 공기업 지원자 중에서는 (다른 전력 공기업 입사 대비 차원에서) 필기시험만 치르려고 지원한 사람도 있는데 이런 지원자에게는 인성검사 결과를 먼저 통보하는 게 오히려 기회 박탈인 측면도 있있다”며 “올해 채용단계에서는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