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주목하는 ‘암모니아’…100조 시장 선점 경쟁 치열

입력 2021-05-26 00:07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추진 원유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전 세계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결정할 요소로 ‘탄소중립’이 대두되면서 조선·해운사는 친환경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친환경 연료들 가운데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 기술적 난도도 높지 않아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암모니아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HMM과 한국조선해양, 한국선급, 포스코, 롯데정밀화학,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6개 기업은 25일 ‘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벙커링(선박연료 주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암모니아를 공통분모로 각사가 가지고 있는 암모니아 생산, 유통 인프라 및 조선·해운 산업에서의 전문 역량을 공유함으로써 친환경 선박·해운시장을 선도한다는 목표다.

서울 잠실 시그니엘호텔에서 25일 열린 협약식에서 6개 기관 대표자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왼쪽부터 HMM 최종철 해사총괄, 한국선급 이형철 회장, 한국조선해양 김성준 미래기술연구원장, 롯데정밀화학 정경문 대표, 포스코 유병옥 부사장, 롯데글로벌로지스 박찬복 대표). HMM 제공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50년까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로 줄이기로 했다. 그래서 전 세계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존 연료보다 탄소배출량을 30% 가량 감축할 수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이 가장 친환경적인 선박으로 꼽히지만, LNG도 결국은 화석연료인 탓에 탄소 배출이 ‘제로(0)’인 암모니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합성 화합물이기 때문에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 청정 연료다. 또 안정성이 높고 보관과 운송 및 취급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2024~2025년쯤 상용화를 목표로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3사 모두 영국 로이드 선급에서 암모니아 추진선에 대한 기본인증서도 획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공개한 ‘2050 탄소제로 로드맵’ 보고서에 따르면 암모니아는 2050년 선박연료 수요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현재 선박연료 시장규모와 암모니아 가격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100조원 규모다. 이 ‘100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 세계 조선, 해운, 에너지 등 관련 기업들의 컨소시엄 구성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HMM 제공

일례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 선사 MISC, 독일의 선박엔진 제조사 만에너지솔루션, 로이드 선급, 노르웨이 화학사 야라 등과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조선해양과 HMM 등 6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벙커링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이들의 협력 방안을 살펴보면 한국조선해양에서 암모니아 추진선과 벙커링선을 개발하고, 한국선급이 인증을 진행한다. 이후 포스코가 해외에서 생산한 그린 암모니아를 롯데정밀화학이 운송·저장해 벙커링한 뒤 HMM과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선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들 컨소시엄은 세계 최초로 그린 암모니아 생산·유통부터 선박 개발 및 운영 등 전 밸류체인을 포괄하는 컨소시엄을 한 국가에서 체결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HMM 관계자는 “암모니아가 수소를 저장·운송하기 위한 ‘수소 캐리어’로서도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암모니아 컨소시엄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