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고래 특구 울산 장생포가 고래 없는 특구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25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연내 범고래, 흑범고래 등 2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신규 지정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등 4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고래고기는 밍크고래고기다. 밍크고래가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되면 포획은 물론 그물에 걸려 죽은 이른바 ‘혼획’된 고래까지 보관·위판·유통이 전면 금지된다.
해양수산부의 이런 움직임은 국제사회의 고래류 보호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피해 보상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생계 수단으로 고래고기를 팔아온 울산지역 식당과 장생포 주민들은 해양보호생물 지정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생포 지역 음식점 업주들은 생계 수단을 빼앗고 고유 음식 문화를 없애는 보호종 지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일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 고래고기 수급이 안 돼 영업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상당수가 혼획된 고래다.
장생포 주민들은 정부가 고래의 해양 보호 생물 지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해수부 항의 방문과 시민 서명운동 등 집단행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장생포발전협의회 이재식 사무국장은 “밍크고래의 해양 보호 생물 지정은 단순히 상인들의 영업 문제가 아니라 울산시의 문제”라며 “쇠퇴한 장생포를 살리기 위한 현안 문제도 산적해 있는데 해양수산부가 협의나 공청회도 없이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고래류 해양 보호 생물 지정을 추진하는 것은 아쉽다”고 주장했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도 앞으로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해수부는 지난 1월 수족관 관리종합계획을 통해 고래류 신규 사육 전시 금지 등을 공식화했다. 정부 차원에서 방류방안을 찾고 있는데, 머잖아 아예 돌고래쇼를 관광산업으로 삼을 수가 없게 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고래 음식 문화의 주류인 밍크고래의 해양 보호 생물 지정은 2023년 이후 순차적으로 결정될 예정으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주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울산, 고래가 없는 고래도시로 전락할 위기
입력 2021-05-25 15:17 수정 2021-05-25 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