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이전’ vs ‘대승적 결단’…금호타이어 어디로

입력 2021-05-25 15:04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전남 함평 빛그린국가산단 이전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광주의 지역경제 기반이 취약한 마당에 대표적 향토기업을 떠나보낼 수 없다는 시각과 광주·전남 상생발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명분론이 교차하고 있다.

25일 광주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촌동 금호타이어가 지난 1월 말 함평군에 ‘빛그린산단 전남권역(함평)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광주공장 이전을 둘러싼 찬반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금호타이어 측은 공장 이전과 함께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 타이어 생산을 서둘러야 한다며 늦어도 오는 12월 공장 이전에 착공식을 한다는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측은 입주의향서에서 “미래 전기차와 수소차 등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설비 노후화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 광주공장을 자동차 전용 산업단지로 조성 중인 빛그린산단으로 이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빛그린산단을 광주 광산구와 전남 함평 두 지자체가 양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 삼거동과 함평 월야면에 걸친 전체 면적 407만여㎡를 행정구역으로 따질 때 광주는 184만7000여㎡로 45%를, 함평은 222만4000㎡로 55%를 차지한다.

광주공장 이전설에 반색한 함평군은 행정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빛그린산단 개발사업자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의 절차에도 착수했다.

광주공장이 위치한 광산구는 기본적으로 빛그린산단 이전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처지다. 김삼호 광산구청장은 최근 “빛그린산단은 광주·전남 공동개발 국가산단으로 기업도 성공하고 지역도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이전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상 금호타이어가 광주 밖으로 이전하면 금호 측에 막대한 개발이익을 안겨주는 특혜시비가 불거지고 지방세 수입 등이 줄어들게 된다는 부정적 여론이 시와 광산구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무리한 인수·합병에 따른 후유증으로 지난 2018년 중국계 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돼 경영권이 넘어간 것도 걸림돌이다. 외국기업의 ‘먹튀’를 보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이전할 경우 해당 부지 도시계획을 변경해야 한다는 점에서 광주시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만일 광주시가 동의해 이전이 신속히 추진되면 금호타이어는 상업용 용지 전환을 전제로 부지개발에 따른 최소 1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 시세차익을 챙기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 주변에서는 광주와 함평 경계인 빛그린산단 행정구역 경계조정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를 실현한 광주글로벌모터스 함평 구역을 광주로 편입시키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함평에 내주는 방안이 절충안으로 떠올랐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방세를 많이 내는 ‘알짜 기업’을 넘겨주고 특혜시비에 휘말릴 광주시가 얻게 될 ‘과실’이 상대적으로 너무 빈약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광주시는 이전부지 선정과 매입방안 등 구체적 방안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용도변경’ 승인을 무작정 내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시는 단기적으로 금호타이어가 광주공장 이전 대신 곡성공장에 친환경 타이어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장기적으로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광주권내에 이전부지를 정하면 된다는 ‘관내 이전론’을 굽히지 않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맞교환 후보로 거론된 광주글로벌모터스는 현재 전체 면적 60만4000여㎡ 가운데 광주가 41만㎡(67.9%), 함평이 19만4000(32.1%)을 차지하고 있다.

빛그린산단 개발사업자 LH는 금호타이어가 빛그린산단에 50만㎡ 규모로 광주공장을 신축하려면 부지 비용 1200억 원의 10% 정도를 계약금으로 먼저 내야 설계변경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1974년 광주 소촌동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에는 한적한 도시 외곽이던 이곳은 도심 확장에 따라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2010년대 이후 이전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광주지역에서는 오는 7월 2일 서울에서 개최될 임시 주주총회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방안을 확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대주주 측이 ‘2기 이사’ 체제 구성을 통해 굵직굵직한 현안을 더 미루지 않고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광주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관내 지역 이전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그린벨트를 풀어 5년 이내에 광주지역에 공장부지를 마련해준다는 방안을 금호타이어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