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달고 법정에 나온 아영이 “가책 느꼈으면…”

입력 2021-05-25 05:02 수정 2021-05-25 10:30
KNN 방송 화면 캡처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지 닷새 된 신생아가 두개골 골절로 의식불명에 빠진 이른바 ‘아영이 사건’의 4차 공판이 지난 24일 열렸다. 공판엔 피해아동 아영이가 인공호흡기를 달고 법원에 출석했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에서 열린 4차 공판엔 부모가 모두 증인으로 채택돼 피해아동 아영이가 인공호흡기를 달고 유모차형 휠체어에 탄 채 참석했다. 수감 중인 가해 간호사 A씨(40)는 해당 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다.

아영이 사건은 2019년 10월 5일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부산 모 병원 산부인과에서 벌어진 신생아 학대 사건이다. 당시 태어난 지 닷새밖에 되지 않은 아영이를 간호사 A씨가 한 손으로 잡고 바구니에 던지듯 툭 내려놓고 목욕을 시킨 뒤 발을 잡아 거꾸로 들어 올려 내동댕이치는 CCTV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었다.

아영이는 머리둘레의 4분의 1인 8.5㎝ 골절상을 입었다. 뇌출혈까지 발생해 의식불명에 빠졌다. 아영이는 1년7개월이 지난 지금도 의식이 없는 상태다.

아영이 아빠는 “나와 아내가 둘 다 증인으로 채택돼 아영이를 혼자 놔두고 오기가 불안해 데리고 왔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거로 봐서는 (간호사 측 입장)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다만 좀 더 가책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사 A씨 측은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기소된 병원장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병원장 측 변호인은 “CCTV도 설치하라는 대로 설치했고 간호사들 직무 교육, 아동학대 방지 교육도 규정대로 다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선 아영이가 두개골에 골절상을 입었을 때 무증상으로 넘어가기 힘들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고 이튿날 의사 진단내용이 전날 작성한 간호일지를 토대로 작성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전 공판에서는 사고 당일 간호사가 당직 의사에게 아영이 상태를 봐 달라고 요청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영이 아빠는 “당시 간호사가 아이의 양쪽 귀 뒤를 봐 달라고 했고 외관상 이상은 없으니 부모에게 연락하고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영이 아빠는 책임자 엄벌을 촉구했다. 그는 “병원에서 관리를 잘했더라면 그렇게 짧게 녹화가 되는 한 달 치 영상에서도 24번이나 상시적으로 학대 행위들이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관련 증인 신문을 마친 재판은 다음 달 20일 CCTV 증거조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