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와 술을 함께 마신 친구 A씨 측이 7번째 경찰 조사에 “심리적 압박이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2일 A씨를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손씨가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 3차례 조사에 이어, 발견 이후에는 프로파일러 면담 등 4차례 조사가 이뤄졌다. A씨 측은 “경찰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사 내용을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박상진 변호사는 “과거 경찰에서 진술했던 내용이 사실인지를 재확인하고, 혹시 추가로 기억나는 부분이 없는지 묻는 흐름으로 조사가 진행됐다”며 “조사 막판에 과거 최면과 관련된 질문이 나온 걸 제외하고는 이전과 다른 점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24일 한국일보에 말했다.
그는 “(A씨는)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하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며 “조사가 끝나고 ‘또 한 번 부를 수도 있다’는 (경찰의) 말에 A씨가 크게 좌절한 듯 고개를 숙였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A씨는) 조사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말을 잃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앞서 A씨 측은 블랙아웃(만취해 모든 기억 상실)으로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고, 최면 조사를 통해서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는 “블랙아웃은 고사하고 술에 취한 기운도 없어 보인다”며 그 근거로 CCTV 화면을 제시했다.
해당 CCTV 영상은 손씨 실종 직후인 지난달 25일 오전 5시12분쯤 촬영된 것으로, A씨가 집으로 돌아간 뒤 다시 가족과 함께 한강공원에 돌아온 모습이 담겼다. 손씨 아버지는 “(A씨가)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펜스 2단을 넘어서, 심지어 손도 넣고 간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목격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목격자 2명에 대해서도 최면 조사를 했고 목격자 휴대전화 1대를 포렌식했다.
특히 A씨가 자신의 휴대전화인 줄 알고 가져간 정민씨의 휴대전화 인터넷 사용기록은 사건 당일 새벽 1시9분이 마지막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정민씨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지난달 25일 새벽 1시9분 이후 인터넷과 앱 사용 기록은 없었다”면서 “휴대전화가 새벽 내내 계속 사용됐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다만 “통화나 문자 메시지 등 송수신 내역의 경우 인터넷 앱 사용과는 구분된다”며 “새벽 1시24분쯤 정민씨가 모친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이 마지막으로 확인됐고, 통화는 새벽 1시33분쯤 쿠팡이츠 라이더에게 전화한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팀 7개팀을 모두 투입해 정민씨 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라진 A씨의 휴대전화를 찾기 위한 한강 수중수색도 이어가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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