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개인형 IRP 수수료 ‘제로’ 선언…퇴직연금 시장 판도 바뀌나

입력 2021-05-24 18:53

저금리 시대에 퇴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관심이 높은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수료 면제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이 금융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를 기회 삼아 은행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4일 신한금융투자, KB증권은 개인형 IRP에 입금되는 퇴직금과 개인 납입금에 대한 수수료 전액 면제 계획을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25일부터 비대면으로 IRP에 가입한 기존·신규 고객에게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KB증권도 다음 달 중순부터 기존·신규 비대면 IRP 가입 고객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영업점에서 IRP를 개설한 경우 펀드·상장지수펀드(ETF)·리츠 등에 납입금의 50% 이상 투자한 고객에 한해 수수료 면제를 해준다.

개인형 IRP 수수료 ‘제로’ 선언의 첫 타자는 삼성증권이었다. 지난달 19일 삼성증권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퇴직금, 개인 납입금에 대한 IRP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해당 상품이 출시된 이후 삼성증권에서 일평균 IRP 계좌 개설수가 일주일 만에 4~5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도 IRP 수수료 전액 면제에 동참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존·신규 비대면 IRP 고객에게 지난 17일부터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 면제에 들어갔다. 유안타증권은 대면, 비대면 고객 구분 없이 IRP 수수료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개인형 IRP 계좌는 연간 최대 700만원까지(연금저축 합산) 최대 16.5% 가량 세액공제가 되는 대표적 절세 상품이다. IRP 계좌에서 운용한 퇴직금과 추가 납입금을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금소득세는 3.3~5.5%만 부과되고 퇴직소득세의 30%도 할인된다. 다만 중도 인출하려면 무주택자 주택 구입 등 특정한 사유 때만 가능하다.

개인형 IRP 적립금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형 IRP 적립금은 2019년 말 25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4조4000억원으로 35% 가량 증가했다. 2015년 말에 비해선 3배나 된다. 현재 IRP 적립금은 금융사별로 은행이 69.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으로 ETF, 리츠 등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면서 증권사에서 IRP를 만드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 IRP를 통해선 ETF, 리츠 등에 직접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 주식형 펀드를 IRP 계좌를 통해 거래하면 매매차익, 분배금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가 면제되고 퇴직연금 수령 시 상대적으로 낮은 연금소득세로 과세된다. 이 같은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틈을 타 퇴직연금 자금과 고객들은 끌어오겠다는 게 증권사들의 전략인 것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