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4일 한·미 정상의 대만 문제 언급과 관련해 내놓은 입장은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다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대만 문제는 ‘하나의 중국’을 내건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사안이다. 중국으로선 한국이 처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한 이상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중국 외교부는 “대만 문제를 두고 불장난하지 말라”고 강력 경고하면서도 그 주체를 한국이 아닌 ‘관련국들’로 표현해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공동성명에 대만과 남중국해, 쿼드(Quad)를 포함시켜 미국과 뜻을 같이 하되 중국을 언급하지 않는 식으로 성의를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한·미 정상이 쿼드의 중요성에 공감한 데 대해선 “중국은 타국을 겨냥한 4자 체제, 인도·태평양 전략 등 배타적인 소집단을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발은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때 보인 태도와 비교하면 강도가 낮다. 중국 외교부는 미·일 정상 공동성명이 나오자 다음 날 문답 형식의 입장문을 내 “중국의 내정을 거칠게 간섭하고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뒤반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일 공동성명에는 대만 문제 외에도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티베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 두루 거론됐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차이점을 부각하며 중국 관련 논란을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한·미 정상이 배출한 문건 중 최초로 대만 문제가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국 입장에선 한국이 중국을 적시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중국은 대만 문제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없으며 내정 간섭에는 강경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가 중국 입장을 지나치게 선의로 해석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경계심을 드러낸 대목은 또 있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반도체 투자 계획 및 양국 간 반도체 파트너십 구축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각국이 시장 규칙을 존중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 수호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미가 미사일지침을 폐지한 데 대해선 “각국은 함께 노력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힘쓰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당길지는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자오 대변인은 시 주석 방한 시점과 관련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중국 정부가 그간 시 주석 방한과 관련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조속히 추진한다”고 했던 것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김영선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