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성 김 인도네시아주재 미국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하면서 김 대표의 역할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출신인 김 대표는 한반도 및 북한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공화당 및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미 행정부에서 북핵 협상에 깊숙이 참여한 인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깜짝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북·미 관계 개선을 이끌 적임자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대사를 겸직한다는 점, 권한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김 대사 임명을 통해 북한에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지만, 동시에 끌려다니지만은 않겠다는 메시지를 함께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줄곧 북한 인권 문제를 비판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보다 대북특별대표를 먼저 임명한 것을 두고 외교가에선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미 정부 내에 북한 문제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세웠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김 대표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그는 2006년 미 국무부 한국과장, 2009년 2월~2011년 10월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2011년 11월~2014년 10월 한국계 최초의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대표적인 ‘지한파’다.
주필리핀대사를 하면서도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조율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에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으로서 대북정책 검토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 영어에 모두 능통해 북한과의 협상에서 통역이 불필요하다는 점도 김 대표의 강점이다.
문제는 김 대표의 직급과 그에게 주어지는 권한이다. 인도네시아 대사 겸직이어서 대북 협상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고, 국무부에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즉각적인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단점으로 언급된다. 김 대표의 보고라인이 국무장관 수준인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가 가능한지도 불분명하다.
전임자인 스티븐 비건이 국무부 부장관이었던 것과 달리 김 대표는 그보다 낮은 차관보 정도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24일 “북한이 미국의 직급보다 한 급 낮은 직책을 카운터파트로 내보낸다는 점에서 양측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작아 북핵 협상에 진척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비건 전 대표의 카운터파트였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김 대표의 카운터파트로 유지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의 영문 직함이 ‘특별대표(Special Representative)’가 아닌 ‘특별대사(Special Envoy)’라는 점도 지적된다. 대북특사에게는 협상의 전권이 주어지기보다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심자의 역할로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선 북·미 하노이 회담이 실패한 데 있어 김 대표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만큼 썩 반길만한 인사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