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배터리 동맹’ 강화, 중국·유럽 공략에 변수될까

입력 2021-05-25 06:27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배터리·반도체 분야에서의 양국 간 경제동맹이 한층 공고해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국 업체와 유럽 간 협력도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및 유럽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미래 핵심산업 분야의 양국 간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국내 4대 그룹도 반도체·배터리 산업 등을 중심으로 미국 내 44조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미국 내 배터리·반도체 분야에서의 한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20일(현지시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SK)’를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약 53억달러(약 5조9746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완성차 업체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합작공장을 설립 중에 있다.

미국이 아닌 중국 및 유럽 시장에서의 한국 배터리 업체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3배 이상 급성장을 보였다. 3월 기준 CATL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430%로 나타나 국내 업체 3곳(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성장률 114~188%를 압도했다. CATL이 중국 이외 시장에서도 급부상하며 한국 배터리 업체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중국 배터리 업체와 유럽 완성차 업체의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완성차 업체 다임러는 최근 중국 CATL과 배터리 파트너십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다임러는 CATL로부터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 트럭 ‘이악트로스 롱하울’에 탑재할 배터리를 공급받는 데 더해 배터리 셀·팩 연구를 협력해 진행하기로도 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유럽 내 투자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 CATL은 연내 독일 에르푸르트 배터리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지난해 중국 배터리 회사 SVolt는 독일에 첫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유럽 전기차 업체가 ‘배터리 자립’에 나서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의 진출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6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거나 개장할 계획이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 등 아시아 배터리 업체에 대한 자동차 제조업체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