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구금됐던 아웅산 수치(75) 국가 고문이 법정에 출석하면서 113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치 고문은 최근 군부가 미얀마의 정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강제해산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수치 고문은 이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마련된 특별 법정에 처음 출석해 재판을 받았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 직후 수치 고문이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된 탓에 수치 고문의 재판은 그동안 화상으로 진행됐다. 변호인 접견 역시 온라인 화상통화로만 이뤄졌다.
이날 수치 고문과 처음 직접 대면한 변호인은 수치 고문이 건강한 상태였고 법정 심리에 앞서 약 30분 동안 변호인단과 대면회의를 가졌다고 전했다. 수치 고문은 변호인단에 “NLD는 국민을 위해 창당됐으며 국민이 있는 한 존재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치 고문의 발언은 지난 21일 군부가 임명한 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NLD를 강제해산하고 소속 정치인을 반역자로 처벌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수치 고문이 1988년 민주화 항쟁 당시 야권 인사들과 함께 창당한 정당인 NLD는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군부 독재를 끝내고 첫 문민정부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도 476석 가운데 397석을 획득해 단독정부를 구성했지만 군부는 해당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했다. 쿠데타 직후 군부는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을 가택연금했다.
앞서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지난 22일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군의 목적은 민주주의에 기초한 연방국가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상황이 허락된다면 (권력 이양을) 1년 반 이내 진행할 계획”이라고 권력 이양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정작 미얀마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NLD를 정계에서 퇴출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미얀마 민주진영은 군부가 사실상 정권을 내주지 않고 장기집권을 유지하려는 야욕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미얀마 민주진영 국민통합정부(NUG)는 “군정의 충실한 부하인 선관위가 NLD를 해산하는 것은 국민의 뜻에 반해 군사 정권을 연장하려는 뻔뻔하고도 비민주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수치 고문은 현재 총 7개 혐의를 받고 있다. 군부는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소형 무선 송수신기)를 소지·사용한 혐의와 지난해 11월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긴 혐의를 적용해 지난 2월 수치 고문을 기소했다. 이후 선동·전기통신법 위반·뇌물수수 혐의와 공무상비밀엄수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했고, 지난달 중순에는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어긴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로 추가기소했다. 혐의가 전부 인정될 경우 수치 고문은 40년 안팎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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