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에 이어 부산신항 물류센터에서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주요 배경에 항만 ‘물류 대란’이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전날 사고로 숨진 A씨(37)가 일했던 부산신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입 화물이 넘쳐 항만 수용 능력이 최대 90%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전날 낮 12시15분쯤 배후단지 내 국제물류센터에서 후진 중이던 42t 대형 지게차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역대급 물류 대란이 빚어지면서 처리 화물이 많아 현장이 번잡했고, 부산신항 배후단지에까지 화물을 쌓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만큼 A씨의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신항 일부 부두는 화물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작업량이 많아 항만터미널 운영사가 선적 5일 전부터 컨테이너를 두도록 하는 규정을 적용 중이었다.
작업량이 많고 혼잡했지만 현장에선 신호수 같은 안전요원이 없었다. 지게차에 후방카메라만 설치돼있을 뿐이었다. 사고 지게차는 사각지대가 많은 상황에서 다른 작업 소음으로 현장이 소란스러워 A씨를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컨테이너를 중심으로 대형 장비가 오가고, 장비 소리도 시끄러워 바로 앞에서 얘기해도 잘 들리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항만 작업량 증가로 물류센터까지 영향을 받아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화물을 빠르게 처리하라’는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도 높다. 오현수 한국항만연수원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항만 배후 물류단지는 화물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속도전이 중요한 곳이어서 안전사고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높은 정규직을 늘리는 대신 일용직 노동자를 주로 고용하는 업계 분위기가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항운노조는 A씨가 일한 물류센터가 영세 업체가 아닌데도 필수 인력을 정규직 대신 일용직으로 채웠다고 주장한다. 노우진 부산항운노조 교육홍보부장은 “항만과 연계된 배후물류단지에서 안정적인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고(故) 이선호씨의 평택항 사망사고와 관련해 다음 달 8일까지 원청업체인 동방 본사와 전국 14개 지사 등을 상대로 특별감독에 나선다. 안전보건조치 이행 여부와 대표이사·경영진의 안전보건관리 문제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해양수산부는 작업 현장의 안전장치 구비 상태와 항만작업자 안전수칙 교육 이행 등을 점검한다.
박장군 최재필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