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인도 북한 중국 미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가발 공급망이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가발을 하청 생산하는 북한은 국경을 전면 봉쇄한데다 세계 최대의 머리카락 수출국 인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십 만명씩 쏟아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서다.
SCMP에 따르면 세계 가발 공급량의 70%를 차지하는 인도와 미얀마에서 인모를 공급 받아 북한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가발을 생산한다. 인건비를 줄여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중국 기업들은 북한에서 반제품 상태인 가발을 들여와 추가 가공과 포장을 거친 뒤 전 세계로 수출한다. 세계 최대 가발 수입국은 미국으로 전체 생산량의 40%를 사들인다. 미용뿐 아니라 암 환자를 위한 수요가 많다고 한다.
가발은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 중 하나다. 가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에 따라 수출 금지된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 근로자는 숙련도가 높은데다 인건비는 중국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근로자가 손으로 정교하게 제작한 가발은 보기에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착용감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해 1월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이유로 북·중 국경을 전면 봉쇄하면서 가발 공급망의 한 부분이 끊어졌다. 중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가발 재료는 1400만 위안(약 24억5000만원) 규모였다. 봉쇄 이후인 다음달 선적 규모는 45만2000위안(약 7917만원)으로 뚝 떨어졌으며 이후 가발과 관련해 북·중 교역이 이뤄졌다는 기록은 나타나지 않는다.
가발 물량이 끊긴 중국 기업들은 북한 대신 자국 근로자를 고용해 가발 생산을 맡겼지만 성과는 신통치 못하다. 중국 근로자는 인건비가 북한보다 높은 탓에 가발 가격은 비싸진 반면에 품질은 북한산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가발업계는 숙련된 가발 노동자 육성을 위해 국가 규모의 캠페인까지 벌이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가발 재료인 머리카락 공급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주로 인도와 미얀마에서 머리카락을 수입해왔다. 그런데 인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폭증하고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따른 정정 불안이 발생하면서 머리카락 수출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때문에 1㎏당 220위안(약 3만8500원) 정도였던 머리카락 가격이 최근 4배 이상 뛰어오르면서 차익을 노린 머리카락 밀수단이 등장하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