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방정’ 머스크, 테슬라 가격 2000달러 올리고 ‘노코멘트’

입력 2021-05-24 16:50

일론 머스크가 손을 대면 요동치는 분야는 비단 암호화폐뿐만은 아닌 것 같다.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테슬라 역시 올해 들어서 5번째 전기차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정작 테슬라는 그 사유에 대해 한 번도 입을 연 적이 없다. 지나친 가격 변동이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테슬라의 향후 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는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 가격을 3만9900달러, 모델3 롱 레인지 AWD(사륜구동)는 4만8990달러, 모델Y 롱 레인지 AWD는 5만199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 모델 모두 지난 1월 가격 대비 2000달러(약 225만원) 더 비싸졌다. 일부 모델의 경우 올 들어서만 5차례 이상 가격 변동을 거치기도 했다.


테슬라가 지속해서 전기차 가격을 올린 배경에는 강한 고객 수요가 자리한다. 테슬라는 올 1분기 모델3와 모델Y를 미국에서만 18만4800대, 글로벌 시장에서 107만4046대를 팔아치우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수많은 전기차가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반도체 수급난으로 허덕이는 사이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었다.

차량 품질보다 브랜드를 더 선호하는 ‘팬덤층’이 강한 것도 테슬라의 자신감으로 작용한다. 테슬라가 최근 코인 이슈나 주가 하락 등 회사 경영에 악재가 있지만, 여전히 충성 고객을 중심으로 한 콘크리트 수요는 꾸준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는 가격 변동에 민감한 재화인데도 소비자 저항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주 고객층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른 완성차 업체와 달리 자체 차량 납품 공급망을 지닌 것도 가격 조정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테슬라는 딜러를 통하는 복잡한 중간 유통 단계 없이 사실상 고객이 직접 본사에 주문을 넣는 방식을 채택했다. 본사가 책정하는 가격이 각 지사에 하달되는 구조라 지역별 지사로서도 가격 독립권이 거의 없다.

문제는 테슬라가 그간 전기차 가격을 바꿀 때마다 고객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가격 변동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후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의 추측에만 기대왔다.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대시보드 등 실내 장식 관련 업데이트 현황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가격 변동과 직접 연관 지은 적은 없었다.

향후 테슬라 전기차의 가격 상한선을 긋는 주요 요인은 국가별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공들이고 있는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경우 정부가 자국 전기차에 보조금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여기에 내연기관 완성차 업체들도 모두 전동화에 속도를 내는 만큼 테슬라로서는 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국내에서는 보조금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보조금이 매년 줄어들 것을 고려하면 이런 가격 정책은 국가별 형평성 문제를 불러 소비자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