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실수!’…소환장 누락으로 전두환 재판 연기

입력 2021-05-24 16:31 수정 2021-05-24 17:44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90) 씨의 항소심 재판이 법원의 실수로 미뤄졌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재근)는 24일 오후 2시 201호 대법정에서 열기로 한 전 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지 못하고 다음 달 14일로 연기했다. 전 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 씨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내지 않아 재판을 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적 절차상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소환장을 보내고 이를 받은 피고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야 불출석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소환장) 송달이 되지 않았다”며 “송달을 한꺼번에 처리하다 보니 빠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소환장) 송달이 되지 않아 형사소송법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재판 기일을 연기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지법은 형사사건 피고인 소환장을 매주 목요일에 등기로 일괄 발송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지법은 재판 직전 일괄 발송 과정에서 전 씨의 소환장이 누락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예우가 박탈되기는 했으나 전직 대통령을 지낸 전씨에 대한 재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재판부가 절차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재근 재판장은 법정에 입장한 직후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2회 이상 불출석하면 그대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데 피고인 소환장 송달이 안 됐다. 3주 뒤로 공판기일을 다시 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5·18에 대한 전씨의 행위를 재판단하기보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훼손을 심리하는 사건으로 헬기사격 목격 여부가 쟁점이고 그에 대해 중점 심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전 씨 재판은 다음 달 14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이에 대해 “재판의 중대성을 생각했다면 법원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 씨는 재판부와 광주시민을 또다시 우롱하고 방어권을 포기했다. 재판부는 전 씨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년 5·18 기념재단 이사장도 "대한민국의 법이 준엄하다면 반드시 법정에 나와서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전씨가 계속 법원은 우롱한다면 구속해서라도 재판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 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 씨 쪽은 1심 판결에 불복했고 검찰도 “법원의 선고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0일 첫 재판을 열려고 했으나 전씨가 불출석해 공판기일을 이날로 연기했다. 형사소송법은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하도록 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