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토트넘 유로파 콘퍼런스행 이끌며 ‘최고 시즌’ 마감

입력 2021-05-24 15:58
손흥민(오른쪽)이 해리 케인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29)이 팀 부진에도 역대 최고의 개인 기록을 달성한 2020-2021시즌을 마감했다.

손흥민은 24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 시티와의 2020-2021시즌 EPL 38라운드 최종전에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해 94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팀이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31분엔 골문 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환상적인 코너킥을 구사해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의 자책골까지 유도한 손흥민의 활약 속에 토트넘은 강적 레스터를 원정에서 4대 2로 제압하고 한 시즌을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리그 7위를 유지해 차기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UECL) 출전권을 챙겼다. 2018-20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까지 차지한 토트넘 입장에서 UECL이 성에 차진 않겠지만, 그나마 유럽 대항전에 나갈 기회도 잃을 위기에 처했던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마무리였다.

토트넘 성적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올 시즌 역대급 한 해를 보냈다. 공격포인트가 이를 증명한다. 손흥민은 올 시즌 EPL에서 37경기 17골 10도움을 기록했다. 17골은 2016-2017시즌 넣은 14골을 3골이나 경신한 손흥민의 한 시즌 정규리그 최다골 기록이다. 이 수치는 차범근 전 감독이 1985-19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기록한 ‘한국 선수 단일 시즌 유럽리그 최다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었다.

득점과 도움 순위에서도 손흥민은 EPL 최상위권 선수란 사실을 증명했다. 득점 부문에서 손흥민은 해리 케인(23골·토트넘) 모하메드 살라(22골·리버풀) 브루노 페르난데스(18골·맨유)에 이어 패트릭 뱀포드(17골·리즈)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도움 순위에서도 역시 케인(14도움) 페르난데스(12도움) 케빈 데 브라이너(맨시티·12도움)에 이어 잭 그릴리쉬(10도움·아스톤빌라)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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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를 넘어 다른 대회들까지 포함한 기록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EPL 17골 10도움을 비롯해 유로파리그 3골 1도움, 유로파리그 예선 1골 2도움, FA컵 4도움, 리그컵 1골을 기록해 총 22골 17도움을 올렸다. 시즌 22골과 17골 모두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39개의 공격포인트도 역대 최다다. 손흥민은 지난 2019-2020시즌 총 30개(18골 12도움)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올 시즌 이를 9개나 넘어섰다.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던 케인과는 EPL 단일 시즌 최다 합작골 기록(14골)도 작성했다. 시즌 초 내려선 케인이 패스를 찔러주면 손흥민이 마무리하는 득점 루트가 토트넘의 ‘공식’처럼 작용하면서 ‘손-케 라인’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둘은 EPL 역대 통산 합작골 기록에서도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록바(첼시)의 36골에 단 2골 부족한 34골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손흥민과 케인이 다음 시즌에도 함께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케인이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가기 위해 토트넘을 떠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어서다. 레스터전이 끝난 뒤에도 손흥민과 케인은 포옹을 하며 이별을 암시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케인이 떠난다면 손흥민 입장에서도 거취를 생각해볼 만한 시기다. 어느덧 20대 후반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손흥민은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분데스리가에서 보낸 시간보다 토트넘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음에도, 케인이란 잉글랜드 최고 스트라이커와 함께 했음에도,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향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이 할 선택에 관심이 모인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