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줄어드는 ‘타이젠 OS’, 삼성 자체 생태계 꿈 멀어지나

입력 2021-05-24 15:43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 스마트 모니터 M7 43형 UHD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M7은 타이젠 OS 기반의 스마트 허브가 탑재됐으며 와이파이로 인터넷과 연결돼 별도 PC 연결 없이도 업무와 학습 등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제품이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운영체제(OS) 타이젠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모바일 생태계가 구글과 애플 중심으로 굳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자체 생태계를 꾸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이 TV로도 영역 확대를 노리고 있어서 삼성전자는 TV OS에서도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만든 범용 OS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TV, 가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TV, 키오스크 등에서 타이젠을 사용 중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초기에 구글에 플랫폼 종속을 막는 차원에서 타이젠을 안드로이드와 함께 사용했다. 2015년 인도시장에서 타이젠이 탑재된 Z1을 출시했고, 그해 상반기에만 100만대를 판매하며 성공 가능성을 밝혔다. 하지만 생태계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찻잔속의 태풍’에 그쳤다. 함께 타이젠 진영에 참여하기로 했던 일본 NTT도코모 등 주요 통신사들이 구글 눈치를 보느라 발을 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Z4를 마지막으로 타이젠폰 출시를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워치에서도 타이젠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구글 ‘웨어 OS’와 통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생태계 확대의 어려움 때문이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으려면 안드로이드 진영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구글과 삼성전자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TV 등 다른 분야에서는 타이젠 사용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기반의 스마트 모니터 M7 43형 UHD 모델을 24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스마트 허브 기능을 탑재해 컴퓨터와 연결하지 않고 모니터에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모니터와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연결성도 강화했다. 빅스비,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등 음성인식 서비스도 지원한다.

TV와 모니터가 단지 화면을 보는 차원을 넘어 사용성이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OS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TV 판매 15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TV에서 자체 OS를 적극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만드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 생태계의 지배력을 TV분야로 전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 TV 플랫폼 안드로이드 TV를 제공하고 있다. 상당수의 중국 TV업체들이 안드로이드 TV를 쓰고 있다. 애플은 TV셋톱박스인 애플TV를 판매 중이다. 안드로이드 TV와 애플TV는 각각 안드로이드 OS와 맥OS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발선상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건 스마트기기부터 TV를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이라며 “타이젠이 TV에서도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