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만 사랑해서”…‘무명’ 8살 딸 살해한 엄마 25년 불복 항소

입력 2021-05-24 14:53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동거남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극진히 아낀 8살 딸을 살해하고 1주일간 시신을 방치한 40대 어머니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4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A씨(44·여)가 최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검찰은 구형에 가까운 형이 선고되자 항소하지 않았다.

A씨 항소심은 서울고법에서 열릴 전망이다. 1심 법원이 소송기록을 정리해 서울고법으로 넘기면 항소심을 담당할 재판부가 결정된다.
연합뉴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지난 14일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부인 동거남으로부터 오랫동안 ‘딸의 출생신고를 하자’는 요구를 받았지만 전 남편의 자녀로 등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8년이나 미뤘다”며 “피고인의 이기적인 선택으로 피해자는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했고 나이에 맞는 정상적인 활동도 못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동거남이 딸만 극진히 아끼고 사랑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해 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자 동거남이 가장 아낀 딸의 생명을 빼앗았다”며 “피해자를 동거남에 대한 원망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올해 1월 8일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침대에 누워 잠든 딸 B양(8)의 코와 입을 막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1주일간 딸의 시신을 집 안에 방지하다가 같은 달 15일 딸의 사망을 의심한 동거남 C씨(46)가 집에 찾아오자 “아이가 죽었다”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신고 당일 화장실 바닥에 이불과 옷가지를 모아두고 불을 지르기도 했으나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그는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던 B양을 어린이집이나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고, 교육 당국과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남 C씨와 함께 지내며 B양을 낳게 되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딸이 살해된 사실에 죄책감을 보였고, 사건 발생 1주일 뒤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서류상 ‘무명녀’로 돼 있던 B양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A씨를 설득했고, 그는 생전에 부른 이름으로 딸의 출생 신고와 함께 사망 신고를 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