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폭행에 얼굴 뼈 부러져…학교 측 대응도 도마 위에

입력 2021-05-24 13:59 수정 2021-05-28 18:32
기사와 무관한 사진. 국민일보DB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3학년 학생이 6학년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얼굴 뼈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24일 광주 서구에 위치한 모 초등학교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2시30분쯤 방과 후 교실의 일환으로 배드민턴 수업을 받던 3학년 A군이 같은 학교 6학년 B군에게 폭행을 당했다.

A군과 B군은 학년이 다르지만 학교 측이 코로나19로 단축·교차 수업을 하는 탓에 방과 후 수업을 함께 듣게 됐다. 두 학생은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몸풀기를 위해 피구 게임을 하던 중 공을 던지는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다툼 끝에 B군이 A군을 폭행했다.

A군은 이후 코피를 흘리며 울음을 터뜨렸고, 같은 수업을 듣고 있던 A군의 누나도 이를 목격했다. 해당 방과 후 수업을 담당한 강사는 A군의 부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학교로 와 달라고 요청했으나, 단순히 싸우다가 다쳤다고 판단한 A군의 부모는 집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해당 강사가 A군을 양호실로 데려가거나 학교 관계자에게 보고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됐다. A군의 누나가 울고 있는 동생을 발견할 때까지 강사는 폭행이 일어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강사 측은 “다른 아이를 지도하는 잠깐 사이에 폭행이 일어났다”며 “주저앉아 울고 있는 A군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다가가 코피를 지혈해줬다. 동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변에 물어봐 상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또 “A군의 눈 밑이 빨갛고 살짝 부어있어서 A군의 어머님께 전화했을 때도 안과에 가야 할 것 같으니 학교로 와 달라고 말씀드렸다”며 “당시 눈 밑을 제외하고는 육안으로 확인되는 외상이 없어서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집으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머님의 요청에 따라 A군과 누나를 서둘러 귀가시킨 후에는 곧장 학교 담당자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맞벌이하는 A군의 부모는 연락을 받고 급히 집으로 돌아와 아들의 상태를 살피다가 A군이 다시 코피를 흘리고 구토를 하자 병원으로 데려갔다. 검사 결과 A군은 얼굴 뼈가 부러지고 두개골에 금이 가는 등 최소 전치 8주의 진단을 받고 긴급 수술을 해야 했다.

교장과 담임 교사 등 학교 측 관계자는 뒤늦게 병원으로 찾아와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부모는 학교 측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수업 시간 중에 심각한 폭행을 당했는데도 방치된 것과 다름없다”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가 더 큰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A군의 누나가 B군과 같은 반인 만큼 분리 조치를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학교 측은 A군의 누나가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므로 광주시교육청 등에 관계 규정을 질의한 후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직후 해당 강사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목격한 학생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1일에 이어 27일 학교폭력전담기구 회의를 열고 후속 조치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시교육청 주관의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철저하게 피해자 중심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을 조사·조치할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서부경찰서 역시 이러한 내용의 학교 폭력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