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자원서 애물단지된 강릉 전북함…역사 속으로

입력 2021-05-24 13:59
강릉시 제공

강원도 동해안 안보관광의 주인공이었던 퇴역 함정 ‘전북함(사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강릉시는 강동면 안인진리 강릉통일공원에 전시 중인 전북함 전시를 중단하고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지난 3월 해군에 통보했다. 전북함은 길이 118.9m, 폭 12.5m, 무게 3471t으로 1944년 미국에서 건조한 구축함이다.

이 선박은 강릉시가 통일공원을 유명 안보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1999년 해군으로부터 무상 임대해 전시해왔다. 그러나 선박 나이가 76년으로 노후한데다 안전 우려와 유지 보수비 증가, 관광객 감소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전북함은 비가 오면 양동이를 받쳐 놓아야 할 정도로 부식돼 관리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실시한 정밀 안전진단 결과 전북함은 C등급 판정을 받았고, 난간 등은 낡아 지속적인 보수를 하지 않으면 관람객 안전사고 우려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통일공원 운영비로 연간 6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을 전북함 유지 보수비로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해군이 요구하는 도색비나 난간 보수비용 등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2014년부터 관광객이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운영을 하면 할수록 손실이 커지고 있다.
강릉시 제공

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선박을 반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반납 비용이 걸림돌이었다. 전북함은 애초 무상 임대계약에 따라 해군이 원하는 곳으로 반납해야 한다. 육지에 올려놓은 거대한 함정을 바다로 내리고 해상 운송하기 위해서는 20억∼3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최근 해군 측과 협의한 결과 현지에서 해체 매각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렇게 배를 처분하면 비용이 3000만∼4000만원으로 예상돼 막대한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시는 퇴역 함정 등을 정리하면 통일공원 일원을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관광 체험시설 등으로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통일공원에 전북함과 함께 전시 중인 북한 잠수함과 이승만 전 대통령 전용기 등도 관련 기관에 반납하거나 정리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애초 계약상에는 전북함을 해군이 원하는 곳에 갖다 주게 돼 있으나 강릉 현지에서 매각, 해체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북함을 철거한 공간을 새로운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