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존재가 세계에 알려지기 한달 전인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 바이러스연구소(WIV) 연구원들이 고열 등 코로나19 감염 증상과 유사한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정부는 거듭 부인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우한 기원설’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정보당국의 비공개 보고서를 인용해 “WIV 연구원 3명이 2019년 11월 코로나19 및 일반적인 계절성 질환과 일치하는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 발생했다고 알려져있었으나 그보다 한달 앞선 시점에 WIV 연구원이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WSJ는 “코로나19가 일반 독감 증세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같은 팀 연구원들이 코로나19의 존재가 드러나기 전, 동시에 비슷한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건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지난 1월 국무부 설명서를 통해 공개한 정보보다 더 구체화된 것이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WIV 내부 연구원 일부가 첫 발병 사례가 확인되기 전인 2019년 가을 질병에 걸렸고, 그 증상이 코로나19 및 일반적인 계절성 질환과 일치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명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원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모든 이론들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전문가들에 의해 조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원과 관련해 중국 내 기원 등을 포함해 진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WHO의 연구를 코로나19의 근원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선언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WIV 등 우한 현지조사를 마친 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은 “2019년 이전 어떤 실험실에서도 코로나19와 밀접하게 연관된 바이러스에 대한 기록은 없다”며 WIV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만 당시 WHO 조사팀은 ‘직원의 우발적 감염으로 자연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실험실 밖으로 나온 경우’에 대해서만 평가했을 뿐 고의로 유출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았다.
대신 WHO 조사팀은 지난 3월 공개한 중국과의 공동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박쥐에서 다른 동물을 거쳐 인간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결론 지었다. 다만 WIV는 박쥐의 코로나19와 관련한 광범위한 원자료, 안전 기록, 실험실 기록 등을 공유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내용에 대해 거듭 부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WSJ의 사실관계 확인 요구에 WHO 조사팀의 결론을 인용해 “연구소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미국이 연구소 유출설을 계속 과대선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병이 2019년 12월 8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SJ는 “전현직 미국 정보당국자들 사이에선 이 첩보의 신빙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서도 “미 정보기관의 보고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국 우한의 WIV가 다시 한번 우한기원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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