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참고인이 피의자 지인이면 진술영상 공개 거부는 위법”

입력 2021-05-24 11:11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참고인 조사 영상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했으나 검찰이 거부하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피의자와 참고인이 아는 사이라 얼굴을 이미 알고 있어 영상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 새롭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서울남부지검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비공개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9년 A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업소의 직원인 B씨에게 필로폰을 사용하고, 자신도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A씨가 자신의 팔에 흰 가루의 마약을 주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자 A씨는 지난해 9월 검찰에 B씨가 진술한 영상녹화 CCTV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검찰은 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구 정보공개법) 제9조1항3호에서 정한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구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 검찰은 영상녹화 CCTV에 B씨의 얼굴을 비롯한 전체적인 모습이 드러나 있고, 참여수사관과 조사자인 경찰의 모습도 담겨 있어 A씨에게 영상을 공개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A씨가 B씨의 얼굴과 모습을 충분히 알고 있고, 주소와 전화번호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판부는 “영상이 A씨에게 공개됨으로써 B씨가 새롭게 위협당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A씨가 이미 B씨의 주소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영상이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참여수사관의 얼굴이 원고에게 알려진다고 해도 수사관에게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