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씨의 부친이 새로운 CCTV 영상을 공개하며 만취 상태였다는 친구 A씨 측 주장을 반박했다. A씨의 변호인은 “만취 상태였던 것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많다”고 주장했다.
손씨의 아버지 손현씨는 23일 JTBC 뉴스룸에서 아들이 실종된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5시12분쯤 촬영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손씨와 술을 마신 뒤 홀로 귀가했다가 가족과 함께 공원으로 돌아온 A씨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차를 세운 위치는 손씨와 A씨가 술을 마신 곳과 가까운 곳이다. A씨는 차에서 내린 뒤 펜스를 넘어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손현씨는 “(A씨가)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펜스 2단을 넘어서 심지어 손도 넣고 간다”며 “블랙아웃은 고사하고 술에 취한 기운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A씨 가족이) 바로 그 장소(손씨와 A씨가 술을 마신 장소)로 직진했다. 그 위치를 알려준 것은 친구밖에 없을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친구가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라며 A씨 측의 주장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영상에는 A씨와 A씨의 아버지가 강가 근처에서 서성이는 장면도 담겼다. 손현씨는 “거기(강비탈)에서만 계속 둘이 왔다 갔다 한다”면서 “한 20분 지나서 친구는 약간 이동하기 시작하고 그 뒤에도 부친은 거기 있었다. 한번 훑고 없으면 애가 갔을 곳을 찾으러 다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씨를 찾는 것 같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A씨의 변호인인 양정근 변호사는 A씨가 펜스를 넘는 영상에 대해 “영상이 짧고 단편적인 장면이라서 그것만 가지고 취했느냐, 취하지 않았느냐를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JTBC에 말했다. 그는 “블랙아웃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면서 “이것만 가지고 만취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목격자들이 구토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A씨가)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만취 상태라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차장에서도 토를 했다”며 ‘만취 상태였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사실로 뒷받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면조사도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이라서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A씨 측이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경찰의 모든 요청에 성실히 응했다”며 “22일에도 장시간 추가 조사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목격자를 매수했다는 온라인상 루머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면서 “목격자가 누구인지는 수사기관에서만 알고 있다. 저희는 모른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내가 뭘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부분도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며 “A씨 가족도 큰 비극 안에서 같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또 인신공격과 악의적인 루머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A씨 가족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주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또 하나의 비극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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